먼지 폭풍 속에서 찾아낸 단 하나의 궤적
[천지가 진동한다는 문장의 실체] 군대 오기 전, 글로만 읽던 '천지가 진동한다'는 표현은 전차 포탑 뒤에 올라선 순간 비로소 육체가 되었습니다. 전차병이었던 나는 네 명씩 짝을 지어 그 강철 덩어리 위에 올라섰습니다. 포탄이 발사될 때 뿜어져 나오는 그 지독하고도 강렬한 **'후폭풍의 맛'**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세상이 삭제되는 순간] "사격 개시!" 소리와 함께 포신에서 불꽃이 터져 나오는 찰나, 강철 전차가 들썩일 만큼의 위력이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관통합니다. 땅이 흔들리는 게 아니라 울렁거린다는 표현이 맞을 겁니다. 정말로 내장이 뒤틀리는 진동입니다.
이어지는 것은 거대한 **'먼지 장막'**이었습니다. 후폭풍이 지면의 흙먼지를 순식간에 집어삼키며 온 세상을 가려버립니다. 방금 전까지 눈앞에 있던 산도, 들판도, 표적도 모두 사라지고 오직 뿌연 어둠과 귀를 찢는 굉음만이 남습니다. 그 공포 속에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서로를 붙들고 눈을 감았습니다.
[먼지 폭풍 너머를 뚫고 가는 궤적] 하지만 그 아수라장 속에서도 정신을 차려야 할 단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바로 뿌연 먼지 장막을 뚫고 날카롭게 그어지는 **'포탄의 빨간 궤적'**이었습니다.
세상이 먼지로 뒤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발밑이 울렁거려 중심을 잡기조차 힘들 때, 오직 그 포탄만이 자신의 목표를 향해 직선으로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주변의 소음과 먼지 폭풍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자신이 정한 과녁을 향해 묵직하게 공기를 가르는 그 기세. 그것은 경외감마저 들게 했습니다.
[흔들림 속에서 찾아낸 나의 중심] 나는 그 포탑 위에서 인생의 거대한 함의를 읽어냈습니다. 살다 보면 전차포의 후폭풍처럼 감당하기 힘든 시련이 닥쳐올 때가 있습니다. 세상이 나를 뒤흔들고, 억울하고 답답한 먼지 폭풍이 내 시야를 완전히 가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게 만들 때가 있습니다.
그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서로를 붙들고 벌벌 떠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울렁거림에 속지 말 것: 발밑이 흔들리는 것은 세상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강한 힘 앞에 서 있다는 증거일 뿐이다. 중심을 잃지 마라.
먼지 너머의 목표를 응시할 것: 눈앞의 혼란이 세상을 가릴지라도, 내가 쏘아 올린 포탄(목표)은 이미 날아가고 있다. 그 궤적을 끝까지 놓치지 마라.
포탄처럼 직선으로 나아갈 것: 공기의 저항을 뚫고 타격하는 포탄처럼, 나 역시 삶의 저항을 뚫고 묵직하게 내 궤적을 그리며 나아가야 한다.
[관찰자가 된 전차병의 깨달음] 포성 뒤에 찾아오는 기묘한 정막 속에서 먼지가 서서히 걷힐 때,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됩니다. 세상이 변한 게 아니라 잠시 가려졌을 뿐이라는 것을요.
"흔들리는 어려움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말고, 날아가는 포탄처럼 목표를 향해 날아가라."
그날 포탑 위에서 온몸으로 받아냈던 후폭풍은 나에게 비난이나 고통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시련의 먼지가 앞을 가려도 내 삶의 궤적은 직선이어야 한다는, 전차가 나에게 가르쳐 준 강철 같은 신조였습니다.
"당신의 세상이 먼지로 가득 차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면, 지금 당신이 쏜 포탄이 어디로 날아가고 있는지만 기억하십시오. 진동은 멈추고 먼지는 걷히겠지만, 당신이 그린 궤적은 결과로 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