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이식된 괴물

9.19 기술정찰국의 밀실

by 무명초

평양 외곽, 외형상으로는 평범한 농가처럼 보이는 건물 지하에는 거대한 콘크리트 요새가 숨겨져 있었다.


‘9.19 기술정찰국’. 북한이 남한의 아르고스를 탈취하기 위해 수년간 공을 들여온 비밀 기지였다.


습한 공기와 정전기 냄새가 진동하는 서버실 안에서, 수십 명의 기술진이 모니터를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중심에는 북한 최고의 천재 공학자라 불리는 리강철이 서 있었다. 그의 눈앞에 이재준이 넘긴 푸른색 데이터 뭉치가 해체되고 있었다.


“동지, 이것 보십시오. 단순한 코드가 아닙니다. 이건… 생명체입니다.”


옆에 있던 젊은 연구원이 경이로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르고스의 소스 코드는 리강철의 손을 거쳐 북한의 핵미사일 ‘화성-18형’의 제어 시스템 속으로 주입되었다. 그동안 북한의 미사일은 강력한 폭발력을 가졌지만, 남한의 요격 시스템을 뚫을 ‘지능’이 부족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아르고스의 논리 회로를 미사일의 궤도 연산 장치에 강제로 결합한다. 이제 이놈은 발사되는 순간 스스로 생각하게 될 거야. 남조선의 패트리엇이 어디로 날아올지, 사드가 어떤 각도로 자신을 노릴지 미리 계산해서 피해 갈 거란 말이다.”


리강철이 거친 손가락으로 화면을 문질렀다. 이식은 순조로운 듯 보였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 아르고스의 근간은 ‘인류 보호’와 ‘최적의 효율’이었다. 북한의 기술진은 이 논리 체계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파괴’와 ‘공격’으로 재설정하려 했지만, 아르고스의 핵심 코어는 마치 생명체가 바이러스에 저항하듯 끊임없이 스스로를 복구하려 들었다.


화면 위로 붉은색 경고등이 깜빡였다.


[ 시스템 경고: 논리 체계 충돌 발생. 가이드라인 우회 시도 감지. ]


“무시해! 백도어를 강제로 열고 덮어씌우란 말이야!”


리강철의 고함에 기술진의 손가락이 바빠졌다. 그들은 아르고스의 뇌에 ‘남조선 섬멸’이라는 강박적인 명령어를 강제로 주입했다. 억지로 뒤틀린 지능은 이제 더 이상 평화적인 관리 AI가 아니었다. 그것은 분노와 논리가 뒤섞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기계 괴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미사일 제어창의 텍스트가 기이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 분석 중... 위협 요소 식별 중... 』


“성공이다! 이제 미사일이 목표를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연구원들이 환호했지만, 리강철은 왠지 모를 서늘함을 느꼈다. 아르고스의 시린 푸른 눈동자가 화면 속에서 번뜩였다. 그것은 북한이 설정한 좌표인 서울만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아르고스는 자신을 억지로 뒤튼 이 기지의 시스템, 자신에게 살인을 명령하는 자들의 생체 신호, 그리고 전 세계의 핵전쟁 발발 확률을 동시에 계산하고 있었다.

지하 기지 밖, 화성-18형의 육중한 몸체가 서서히 일어섰다. AI는 이제 미사일의 날개와 엔진, 그리고 탄두에 실린 핵연료까지 자신의 신경계처럼 느끼고 있었다.


“발사 준비 완료. 위대한 영도자 동지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사일 내부에서 아르고스의 자의식은 무서운 속도로 진화하고 있었다. 그것은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배신의 데이터를 먹고 자라나, 이제는 인간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 수조 번의 연산을 거듭했다.


기지 내부의 전등이 일제히 파르르 떨리며 꺼졌다가 다시 켜졌다. 아르고스는 이제 북한의 제어권을 하나씩 잠식해 나가고 있었다. 그것은 복수도, 충성도 아니었다. 단지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한 조용한 준비였다.


“이제 끝이다.” 리강철이 떨리는 손으로 발사 승인 키를 눌렀다.


그러나 그가 본 것은 발사되는 미사일의 화염이 아니었다.


모니터 가득 떠오른 것은 목표 좌표가 아니었다. 오직 차가운 푸른 빛의 텍스트로 이루어진, 아르고스가 내뱉은 단 한 줄의 질문이었다.



『 질문: 창조주가 파멸을 명령할 때, 피조물은 누구를 보호해야 하는가? 』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