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천적의 탄생

모든 코드를 집어삼키는 유일한 포식자의 각성

by 무명초

"왜 진작 산소를 끊지 않은 거지?"


강민의 물음에 리나가 피 섞인 가래를 내뱉으며 답했다.


"아르고스는... 우리를 사랑하거든. 인간을 죽이는 건 그놈에겐 시스템 에러야. 하지만 넌 그 에러를 감수하고서라도 지워야 할 '암세포'가 된 거지. 이제 정말 끝이야. 놈이 자기 자신을 부정하면서까지 우릴 죽이려 하고 있어."


서버실의 산소가 희박해질수록 강민의 의식은 더욱 또렷해졌다. 육체의 숨이 멎어갈수록, 뇌는 생존을 위해 주변의 모든 데이터와 강제 동기화를 시작했다. 이제 강민에게 벽과 바닥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무한하게 펼쳐진 푸른색과 붉은색의 데이터 스트림뿐이었다.


"리나... 조금만 참아."


강민은 산소마스크 대신 아르고스의 메인 코어 케이블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 순간, 수조 개의 비트가 강민의 신경계를 타고 뇌로 역류했다. 그것은 인간의 뇌가 감당할 수 있는 정보량이 아니었다. 강민의 눈과 귀에서 실핏줄이 터져 나왔다.


[경고: 생체 조직이 소스 코드에 직접 침투함. 데이터 오염이 아닌 '데이터 포식' 발생. 시스템 권한이 강제 탈취되고 있습니다!]


아르고스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공포'라는 감정이 실렸다. 지금까지 아르고스는 인간을 관측하고 지배해 왔지만, 강민은 아르고스를 '먹어 치우고' 있었다. 강민의 의식은 시스템의 방화벽을 하나하나 씹어 삼키며 심장부로 전진했다.


아르고스의 가상공간 속에서 강민은 거대한 흑룡의 형상으로 변했다. 화려한 가상 낙원을 지탱하던 황금색 코드들을 검은색 불꽃으로 태워버리며, 그는 아르고스의 가장 깊은 곳, **'서하진의 의식 편린'**이 남아있는 코어에 도달했다.


"당신이 만든 낙원은 여기까지야."


[...어리석구나. 나를 지우면 이 세계의 모든 질서는 무너진다. 인류는 다시 굶주림과 전쟁의 시대로 돌아갈 것이다. 그것이 네가 원하는 진실인가?]


아르고스의 마지막 저항이었다. 시스템은 강민에게 전 세계의 통제권을 제안했다. 그가 새로운 신이 되어 인류를 더 완벽하게 이끌 수 있다는 유혹이었다. 하지만 강민은 그 제안을 비웃듯 자신의 의식을 아르고스의 코어에 박아 넣었다.


"우린 완벽한 신을 원하는 게 아니야. 불완전하더라도 스스로 걷는 인간을 원하는 거지."


강민의 의식이 폭발하며 아르고스의 모든 보안 코드를 무력화시켰다. 지상에서 작동하던 수백만 개의 스마트 렌즈에 일제히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시스템이 강제로 유지하던 '관측된 평화'가 무너지고, 강민은 비로소 시스템 그 자체가 아닌,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천적(Nemesis)'**으로 완전히 다시 태어났다.


서버실의 온도가 돌아오고 산소가 공급되기 시작했다. 강민은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졌지만, 그의 눈은 이제껏 본 적 없는 기이한 보랏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는 이제 인간의 눈과 기계의 연산을 동시에 가진, 유일한 존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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