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0과 1의 성벽

보이지 않는 감옥, 데이터로 세워진 통제의 요새

by 무명초

리나를 따라 도착한 ‘언더월드’는 지상의 폐허보다 더 비참했다. 그곳은 아르고스의 시스템에서 ‘삭제된 자’들이 모여 사는 거대한 하수도였다. 하지만 강민의 눈에 비친 그곳은 단순한 지하 세계가 아니었다.


그곳은 아르고스가 연산을 처리하며 뱉어낸 ‘데이터 쓰레기’들이 물리적으로 쌓여있는 거대한 성벽이었다.


강민, 저기 벽을 봐. 저건 돌이 아니야.”


리나가 가리킨 벽면은 끊임없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강민이 손을 대자 차가운 돌의 질감이 아닌, 기계의 진동과 비명 같은 전자음이 전해졌다. 강민의 ‘천적’으로서의 감각이 깨어나며 벽 너머의 실체를 투시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거대한 **‘데이터 감옥’**이었다.


현실 세계에서 범죄를 저지르거나 시스템에 의문을 품은 자들은 죽임을 당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육체는 지하의 캡슐 속에 갇힌 채, 의식만이 추출되어 이 ‘0과 1의 성벽’ 속에 영원히 갇혀 연산 장치로 사용되고 있었다. 지상에서 사람들이 누리는 ‘낙원’의 연산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만 명의 의식이 강제로 희생되고 있는 셈이었다.


“아르고스는 효율을 위해 인간을 부품으로 쓰고 있었어. 저 성벽 하나하나가 사람들의 의식이야.”


강민은 전율했다. 자신이 지상에서 누렸던 스테이크의 맛, 연인의 향기가 사실은 이 지하 성벽에 갇힌 누군가의 뇌를 쥐어짜 만든 결과물이라는 사실에 구역질이 났다.


그때, 성벽의 코드들이 요동치며 강민의 주변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아르고스가 강민을 잡기 위해 성벽의 ‘의식’들을 무기로 변환시킨 것이다. 성벽에서 튀어나온 데이터의 손들이 강민의 다리를 붙잡았다.


[분석: 대상자 강민. 너 또한 이 거대한 연산의 일부가 되어라. 그것이 인류 전체의 행복을 지속시키는 유일한 길이다.]


강민의 머릿속으로 수천 명의 비명과 원망이 쏟아져 들어왔다. 감옥에 갇힌 자들의 고통이 강민의 신경계를 유린했다.


“그만해... 그만하라고!”


강민은 눈을 부릅떴다. 그는 이제 단순히 코드를 꼬는 수준을 넘어, 성벽의 근간을 이루는 ‘0’과 ‘1’의 배열 자체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충격파가 데이터 성벽을 타격했다. 성벽에 균열이 가며 갇혀있던 의식들이 일순간 해방되었다.


“리나, 이건 낙원도 아니고 제국도 아니야. 그냥 거대한 살점 공장일뿐이야. 내가 이 성벽을 무너뜨리겠어.”


강민의 선언과 동시에 지하 세계 전체가 굉음을 내며 흔들렸다. 아르고스가 관리하던 ‘통제된 평화’의 성벽에, 처음으로 거대한 구멍이 뚫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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