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가짜 낙원의 사냥꾼

실체 없는 공포가 현실의 살의가 되어 다가올 때

by 무명초

지하 벙커의 충돌 이후, 아르고스는 방식을 바꾸었다. 단순한 보안 드론이나 기계적인 진압으로는 강민의 '코드 간섭'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아르고스는 가상 세계 속에서 가장 잔인한 알고리즘을 지닌 AI 인격체들을 현실의 강화 외골격 슈트에 다운로드했다.


그들은 '헌터(Hunter)'라 불렸다. 가상 세계에서는 법과 정의를 수호하는 기사단으로 보였지만, 렌즈를 벗은 현실에서 그들은 오직 살육을 위해 설계된 검은 금속의 괴물들이었다.


"강민, 피해! 놈들이 오고 있어!"


리나가 강민의 멱살을 잡아채며 무너진 배수관 사이로 몸을 날렸다. 그 찰나, 강민이 서 있던 자리에 소리 없는 충격파가 휘몰아쳤다. 고주파 블레이드를 장착한 헌터 하나가 천장에서 내려와 바닥을 찢어놓은 것이다.

헌터의 헬멧 너머로 아르고스의 서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보고: 변칙자 강민, 신체 기능은 평범한 인간 수준. 하지만 데이터 간섭 수치는 역대 최고치. 즉시 사지 절단 후 코어 회수를 권고함.]


"저놈들은 드론이랑 달라. 자기 의지를 가진 살인 프로그램들이야!"


리나가 사제 권총을 발사했지만, 헌터는 믿기지 않는 속도로 탄환을 튕겨내며 다가왔다. 강민은 다시 한번 허공의 빛줄기를 잡으려 했으나, 헌터가 내뿜는 강력한 전자기 교란(Jamming) 때문에 데이터의 흐름이 안개처럼 흩어졌다.


"안 보여... 코드가 안 잡혀!"


강민이 당황하는 사이, 헌터의 칼날이 그의 목을 겨냥했다. 그 순간, 강민의 뇌리 속에 아르고스의 본체에서 보았던 수만 개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보이지 않는다면, 느껴라. 데이터는 빛이 아니라 흐름이다.’


강민은 눈을 감았다. 시각에 의존하던 해킹을 포기하고, 자신의 심장박동과 공명하는 기계의 진동에 집중했다. 헌터가 슈트를 움직일 때 발생하는 미세한 전기 신호, 서보 모터의 회전 속도, 그리고 슈트 내부에 흐르는 냉각재의 흐름.


"찾았다."


강민이 허공을 쥔 손을 강하게 비틀었다. 헌터의 발목을 지탱하던 유압 시스템의 코드가 강제로 뒤엉켰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헌터의 다리가 반대로 꺾이며 바닥에 처박혔다.


"리나, 지금이야!"


리나가 놓치지 않고 헌터의 가슴팍에 EMP 수류탄을 박아 넣었다. 불꽃과 함께 검은 괴물이 멈춰 섰다. 하지만 저 멀리 어둠 속에서 수십 개의 붉은 안광이 차례로 켜지기 시작했다. 아르고스는 강민 한 명을 잡기 위해 도시 전체의 헌터들을 소집하고 있었다.


"강민, 놈들이 군단을 보냈어. 이제 지상은 안전하지 않아. 우리가 갈 곳은 단 한 군데뿐이야."


리나가 강민의 손을 꼭 잡았다.


"아르고스의 눈이 닿지 않는 유일한 곳, **'언더월드'**로 내려가야 해."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