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이 소화할 수 있는 진짜 '적정량'을 찾아서
예전에는 그랬다. 냄비에 라면 두세 개를 한꺼번에 집어넣는 것이 당연했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면발 위로 계란 두 알을 톡 까 넣고, 찬밥 한 덩이를 꾹꾹 말아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비워내던 시절.
그 시절의 나는 위장뿐 아니라 인생에 대해서도 그랬다. 무엇이든 많이, 높게, 뜨겁게 채워 넣는 것만이 정답인 줄 알았다. 내 화력은 쉽게 꺼지지 않을 것 같았고, 세상의 모든 기회를 남김없이 소화해 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그 좋아하던 라면이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라면 한 봉지가 내 한계다. 면을 건져 먹다 보면 금세 속이 차오르고, 예전처럼 밥을 말아먹을 엄두는 나지 않는다. 처음엔 조금 서글펐다. 한때는 부족할까 두려워 더 얹고 또 얹던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이것은 달라진 것일 뿐이다.
언젠가부터는 ‘더 많이’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가 중요해졌다. 빨리 끓여 넘치게 먹는 대신, 천천히 식지 않게 지켜보는 마음. 모든 자리에 나를 밀어 넣기보다, 꼭 필요한 자리에서 제 몫을 다하는 일. 속도를 자랑하던 때를 지나, 이제는 오래 씹어 삼킬 수 있는 것들만 접시에 올리려 한다.
그래서인지 비워내는 일이 예전만큼 두렵지 않다. 덜어낸 자리만큼 숨이 트이고, 남겨둔 것들이 더 또렷해진다. 많이 가져야 안심이 되던 때와 달리, 이제는 남길 줄 알아야 편안해진다. 채움이 아니라 선택이 나를 지탱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꾸역꾸역 밀어 넣던 과잉의 욕심을 내려놓고 나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삶의 ‘1인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서 더 집어 들면 배부름이 아니라 부담이 된다. 만족은 양이 아니라 적정에서 온다는 걸, 이제는 안다.
라면 한 봉지면 충분하다. 남김없이 먹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되고, 더 끓이지 않아도 된다. 다 먹지 못해 아쉬운 사람이 아니라, 내가 먹을 만큼을 아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그것이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