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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R300

12_공부를 계속하는 이유

어른독립-홀로서기

by 뇌팔이
고민이 많은 날에는 마음을 어지럽히는 모든 사실을 글로 옮겨 적어보기를 권한다. 머릿속에 어지럽게 꽉 들어 차 있는 것들을 꺼내서 해체와 재구성을 거치면 해결되는 일들이 꽤 많다. 지난 며칠간 나는 시간관리와 조직관리에 관한 정리에 집중했는데 내가 가진 문제들을 모조리 꺼내 하나하나 뜯어보는 과정을 통해 문제의 핵심을 파악했다. 가족들은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않고 직원들은 제멋대로인 데다가 비즈니스는 눈앞이 막막했는데 침착하게 사실을 나열하다 보니 늘 내 앞에 닥친 상황에 화부터 내느라 제대로 보지 못 했던 진짜 문제와 마주할 수 있었다.


운전을 배우기 위해 운전학원을 다닌다.

과연 그런가? 정해진 코스만 맴맴 돌며 수학공식 외우듯이 핸들 순서를 외워서 아마 면허는 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운전을 할 수 있게 되는가? 자신이 없기 때문에 다시 도로주행 연습이라는 사설 과외를 받는다. 그러면 운전을 할 수 있는가?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기 때문에 이번에는 옆에 운전 경력자를 태우고 인적이 드문 시각 한적한 도로로 차를 끌고 나가 몇 시간 진땀을 뺀다. 그 이후로도 출퇴근 시간에 운전대를 잡으려면 여러 차례 용기가 필요하다.


논술고사를 시행했더니 논술학원이 생겼다.

무려 1994년 주입식 교육의 산물인 학력고사로는 변별력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져서 학생들의 사고력을 평가하는 논술고사를 시행했더니 논술학원이 생겼다. 논술학원에서는 도대체 뭘 가르쳤을지 궁금하다. 하지만 내용이 무엇이었든 학생들의 사고력을 증진시키지 못했을 것이라는 데에 여러분도 동의할 것이다.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학원에서 배울 수는 없을 테니까.


직장인의 30% 이상이 임원진을 준비한다고 답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임원진이 되기 위해 인맥관리와 전문지식강화에 힘쓴다고 했다. 대학원이나 MBA를 이수하는 비율도 꽤 높았다. 왜 우리는 성공하기 위해 배우고, 배우고 또 배우려고 할까. 더 많이 알수록 더 나은 선택을 할까.


남들이 보기에 그럴싸한 선택들을 하고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더 나은 사람의 조언을 구하고 있다면 면허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서 코스를 흉내 내듯이 모든 일에 수동적으로 살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내가 처한 상황을 나보다 더 자세히 분석할 수 있는 상담사는 없다. 재무설계사 중 부자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누구도 내 삶의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어제까지의 내 삶에 대해 가장 많은 전문 지식을 가진 이가 있다면 바로 나 지신일 것이다. 천천히 그리고 솔직하게 내 문제들을 적어 내려가다 보면 스스로 답을 찾아내게 될 것이다.


실로 많은 고민들은 그저 어딘가 적어두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내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그다음 진행과정을 하나씩 설계하고 실행할 의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현대인은 충분히 유식하다.

정규 교육뿐 아니라 주위에 널린 정보들로 알고 싶지 않은 사례들과 결과들까지 알고 있다. 게다가 인류는 자기 탐구의지가 어찌나 높은지 MBTI니 애니어그램이니 스스로를 연구하며 관찰하기를 즐긴다. 그러나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은 생각만큼 타인에 대한 관심은 적다. 과연 지금 이 시대에 내 인생을 바르게 살기 위해 더 많은 사례와 정보, 그리고 누군가의 조언이 효과적일까.


구슬도 꿰어야 보배고 공자는 학교를 안 다녔어도 행실이 바르다면 경험을 통해 배운 자라고 칭하겠다 했다. 부디 모두가 삶을 통해 배운 지혜를 사용하며 하루를 보내기 바란다. 고작 열흘쯤 실천한 결과 나는 이전보다 훨씬 자유롭고 자립적 존재라고 느끼며 자신감의 크기가 전과 달라졌다.


물론 나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 ‘엄마 나 이제 뭐해?’를 묻는 8세 아이를 키운다. 교육방식을 개선해야겠다고 느끼는 지점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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