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양적 성장을 계획했고 한가지씩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실행하다 보니 직원 복지에 관한 것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낭만파지만 현실주의자인 내 생각에 최고의 직원복지는 일을 적게 하고 돈은 많이 버는 회사가 되는 것인데 몇몇 대선주자가 공약으로 내걸은 주4일근무제가 눈에 들어온다.
재택근무, 단축근무가 일상이 되면서 탄력근무, 유연근무까지 일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 지고 있다. 작년 서울시장선거 당시 인기몰이를 했던 주 4일 근무제는 이미 글로벌 대기업 뿐만 아니라 국내 스타트업도 적용한 사례가 적지 않고 팬데믹의 영향으로 일본, 스페인 등 세계 각지에서는 지원금을 제공하는 등 본격적으로 제도화 바람이 불고 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많이 쉴수록 일을 잘한다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여러 실험들로 증명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주 입장에서 선뜻 주4일근무 도입이 쉽지 않은 이유는 최소한의 인원으로 구성된 조직에는 백업플랜이 없기 때문이다. 적은 인원으로 많은 일을 해야하는 작은 조직은 한 명의 결원이 생기면 그대로 업무 공백이 생기고 만다. 휴가를 가기 전에 밀린 일과 다가올 일까지 처리하고 가야 하는 상황인데 밀린 일이야 그렇다 치고 다가올 일을 미리 아는 사람이 어디 있단말인가. 그래서 종종 하루의 휴가를 위해서 전날 야근하는 직원들을 보곤하는데 사업주로서 여간 부끄럽고 겸염쩍은 일이 아니다.
물론 근무시간 단축의 모든 이론에 찬성한다. 사업주이기 이전에 근로자이자 워킹맘으로서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사업적으로 옳은 판단일지 아직 데이터가 부족해서 그 기준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만일 주 4일만 출근한다면, 모두 일괄적으로 하루를 쉬는 것이 나은지 직원들간의 교차 휴무를 정하는 게 나을지, 고객사가 일하는 날 우리가 일하지 않는 것이 가능할지, 안 그래도 종종 야근이 필요할만큼 업무시간이 부족한데 정규 근무시간중 20%가 없어져도 감당할 수 있을지, 매주 월요일이면 주말 2일을 쉬었다가 다시 업무에 집중하느라 월요병을 앓는데 3일을 쉰다면 어떨지. 한창 바쁜 시기에는 직원들이 연차 소진도 못 하는 판국에 허울좋은 선심이 되지는 않을지…, 답이 없는 질문은 끝도 없다.
2년전부터 우리회사는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두시간 단축근무를 시행했다. 대부분의 고객사가 금요일 단축근무를 하고 있기때문에 큰 불편을 느끼지는 않았다. 모두들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기 위해 오전부터 서둘렀고 점심시간도 비교적 짧게 가졌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큰 변화를 느낄 수는 없었다. 좋은 면을 보자면 업무적으로 큰 공백을 못 느꼈다는 것이고 반대로 이른 퇴근이 큰 감동도 없었다는 뜻이다. 주로 생산성의 문제라기 보다는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한달에 한번 두 시간 이른 퇴근은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 했고 그저 불필요한 불만만 가중되었다.
그래서 확실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보장된 휴식을 고민하다가 아주 그럴싸한 것을 생각 해냈다. 근속직원을 위한 5일 유급휴가이다. 한 해의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집중실행하는 일주일을 지원하는 형태로 소정의 지원금도 제공한다. 회사가 개인의 한해 계획까지 참견하느냐고 물을 수 있지만 회사는 일터이기 이전에 자기성장의 터전이 되어야 한다고 보는 사람으로서 직원에게 업무적 성취 외에 개인적 삶에서도 감동이 있는 삶을 권장하는 의미가 있다. 성공을 경험한 사람은 반드시 다른 성공을 꿈꾼다. 그리고 그것을 이룰 확률도 훨씬 높다. 내가 그랬듯이 나와 함께 하는 이 작은 조직이 성공을 경험해 보기를 바라는 순수한 마음과 성공의 습관으로 업무적 성과도 높아질 것이라는 사업적 전략이 함께 들어있는 제도이다.
조명실험으로 유명한 호손의 실험에서 우리는 사람이 얼마나 감정적 존재인지 볼 수 있다. 조명을 더 밝게 할 수록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실험결과를 얻은 이후 다시 조명을 줄였는데 이전보다 더 어두운 환경에서도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의외의 결과를 얻은 실험이다. 여기서의 변수는 여공들의 자존감이었다. 실험군으로 선발된 그룹이 갖는 자부심으로 인해 높아진 생산성은 조건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직원들을 진심으로 애정한다. 나와 동행하는 반려자들이고 장차 회사의 앞날을 이끌어갈 인재로 성장시키는 것이 지금 내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이 진심을 전할 방법이 있다면 분명 호손의 여공들처럼 빛이날텐데. 허공에 흩어지는 말이 아니라 제도화된 약속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좋겠다
가만. 또 잠시의 기분으로 제도를 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질서와 균형이라는 절대원칙은 지켜지고 있는 것일까?
회사의 성장을 위해 직원들의 내적 성장을 장려하는 것은 질서와 균형에 부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