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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낢 Mar 04. 2022

21_자기관리 시작하기

우리 부부는 비슷한 현대식 체형을 가지고 있다. 전형적인 마른 비만으로 몸쓰는 일에 취약하다. 그나마 아이를 낳아 기른 덕에 최소한의 생활근력을 갖게 된 것 뿐 건강을 위해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는 편이다. 규칙적으로 챙겨먹는 건강기능식품, 영양제도 없이 전형적인 지식근로자답게 책상에 앉아서 하루를 보낸다. 단적으로 매일 애플워치가 수치화해서 보여주는 활동기록을 보면 나는 거의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움직임 없이 보낸다. 하루 평균 운동시간은 10분 내외, 걸어서 이동한 거리는 1.5킬로 남짓. 주차장에서 사무실로 이동해서 사무실 화장실을 몇번 이용하는 것 외의 움직임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운좋게도 사무실이 복도 끝이라 화장실에서 멀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그나마도 안 걸었을 것이 분명하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주변에서 살기위해 운동하라는 조언을 많이 듣는다. 점점 대사량이 떨어지면서 온갖 병이  생긴다고. 아니나 다를까 작년 초에 작은 수술을 하게 되면서 재활치료  운동을 시작해야 했다. 물론 내가 기억하는  나는 언제나 모든 운동에 잼뱅이였고 아주 어릴적부터 체육시 제일 싫었다. 운동회날은 전날부터 배가 아팠고 체력검사날은 몸살나는 날이었는데 마흔이 넘어 중년에 접어들고 병원문턱이 가까워지고 보니 약간은 위기감이 들었던가보다.



아무리 싫어도 죽을 것 같으면 살려고 운동을 하는구나.

나는 정말이지 운동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재활원에 가는 마음으로 딱 죽지 않을만큼의 대사량을 채우는 선에서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한시간이었다. 신랑은 일주일에 한시간 숨쉬기나 다름 없는(남편은 요가를 경험한 적이 없다) 요가클래스가 운동이 되겠느냐며 콧웃음을 치면서도 시작한 노력은 가상하다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내가 운동을 싫어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못 하기 때문이다. 어떤 운동이든 자세도 엉성하고, 순발력이 떨어져서 잘 따라가지 못 한다. 모든 것에 서툴어도 되는 학창시절에도 그게 죽을듯이 싫었는데 다 자란 성인이 되어서 누군가에게 엉성한 모습을 내보이기란 죽기보다 싫은 일이었다. 하지만 신랑말대로 숨쉬기 운동이니까, 일주일에 딱 한 번 만이라고 스스로를 타이르며 살기위한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운동보다 명상을 하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수술  서너달 만에 운동을 시작했기때문에 강습자도, 수강자도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운동을  날에도 근육통이 있다거나 몸이 피곤한 날은 극히 드물었고 의외로 기분도 나쁘지 않았다. 물리적 충격이 없으니 정신적 정화가  크게 느껴졌다. 운동을 시작할  잠시 갖는 명상시간으로 머리가 맑아지고 몸을 구석 구석 풀어내며 혈액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느끼면서  몸과 조금  친해졌다고 하면 옳은 표현일까. 어쨌든 한시간 후에 느끼는 상쾌함이 조금씩 좋아졌다. 사우나를 즐기고 나올 때의 나른한 쾌적함같은 것이었다.


긍정적인 감정이 생기자 이때를 놓치지 말자고 생각해서 운동시간을 늘리기로 했다. 일주일에 두번씩 한시간.

조금 더 자주 운동을 하면서 평소에도 자세를 바르게 하려고 노력하고 어깨가 굽어지거나 무릎을 늘어뜨리고 섰을 때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일상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며 보내다 보니 어깨는 굽고 목은 앞으로 쭉 빠진 자세가 되기 쉬운데 그럴 때마다 의식적으로 허리를 세운다던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몸을 풀어주는 습관이 생겼다.


운동과 자기관리를 연관지어 이야기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전에는 자기관리의 의미를 너무 편협하게 해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몸으로 경험하고 보니 운동을 자기 관리의 아주 좋은 수단으로 꼽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표면적으로는 운동으로 체형이 변하고 자세가 변하면 스스로 자신감이 높아지므로 더 많은 관리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운동은 스스로에 대한 애정을 키운다. 몸의 모든 부위를 사용해 봄으로써 몸과 물리적으로 친밀해지고 낯선 미지의 기능(?)들을 발견하고 단련하면서 느껴지는 자기애는 단순한 성취감과 다른 로맨스가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즐긴다면 자기관리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다름없다. 만일 이를 다른 분야에 까지 확장해서 지적인 관리, 재무적 관리, 감정적 관리까지 확장해 갈 수 있다면 상당히 격이 높은 자기관리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정기적인 신체활동으로 전에 없던 리듬감이 생겼다.  안에 갇힌 정신이 조금씩 경계를 확장해서  넓은 세계를 경험하게 되었다고 하면 너무 요가스러운 표현일까. 어쨌든 굳은 근육만큼이나 굳어있던 정신세계가 운동이라는 새로운 경험으로 조금 이완된 것은 사실이다. 가끔 어딘가 몰두해서 미간이 좁아지다가 순간 어깨에 긴장이 높아진 것이 느껴지면 목을  늘여 빼면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노력을 한다. 머릿속을 점령한 생각에 지배당하지 않고  몸을 최우선하는 의식적 행동이다. 이렇게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조금   시간 집중할  있고  리듬감은  나은 기분상태를 유지할  있게 한다.


정신활동과 신체활동을 균형적으로 관리하면 두 영역 모두 보완적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 반면 한 방면으로 기울어서 집중하다보면 언젠가 극단에 다다르게 되는데 그 이상의 성취가 어렵다고 느끼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런 순간 시도하지 않았거나 실패했던 영역에 재도전하기를 추천한다. 미지의 세계는 아직 초심자의 레벨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지금 도전하면 더 빨리 더 많은 것을 성취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하게 해 줄 것이다. 그리고 다시 도전하고 실패할 에너지를 더 해주면서 절뚝 절뚝 삶의 발란스를 맞춰 줄 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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