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R300

22_전문성의 몰락

by Orbita

직업상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고민한다.

대표로서 직원들과의 소통, 영업인으로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한 사람의 기획자로서 고객의 고객에 대한 브랜딩까지. 2022년 1분기 막바지에 선 지금 우리는 올해의 방향성을 바르게 정리했을까



2021년 마케팅 키워드


많은 데이터가 있지만 나름대로 21년의 변화를 정리해보면 이렇다. 수 년간 진행되어 온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팬데믹으로 가속화되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기업간의 가장 큰 이슈가 되었다.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아 그간의 일하는 방식과 대화하는 방식을 바꾸어야 하는 과제 앞에서 조금 주춤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강제적이지만) 과감한 변화의 시도들을 통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팬데믹이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완성화 단계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 뿐 우리는 이미 익숙하게 손안의 가상세계를 누비고 있었고 대부분의 일들을 온라인상에서 어렵지않게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 팬데믹 초기에 붉어졌던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자연스럽게 업무상의 커뮤니케이션은 웹미팅으로 해결했고 선택의 폭이 좁아진 영업채널은 거리두기 중에도 영업활동을 할 수 있는 온라인영업에 집중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현실과 가상의 포뮬러가 바뀐 환경에서 우리는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미국 온콜로지스트 68%는
제약사의 영업사원이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가지고 온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고객의 입장은 어떨까.

우리 회사의 주요 비즈니스영역인 제약 마케팅을 예로 들면 팬데믹 이전의 고객은 영업사원이 찾아오면 제품 설명을 듣고, 전화를 받고, 메일을 받고, 브로셔를 받고, 우편물을 받았다. 받고, 받고, 받고... 또 받았다. 어느 시점에서든 메시지가 겹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물론 현대 마케팅 전략은 이 모든 컨텍포인트가 사장되지 않기를 바란다. 고객들은 바쁘고 어느 시점에 어느 채널을 선택할지 모르기 때문에 매우 정교하게 디자인된 스토리를 보기 좋게 나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정된 리소스로 최대의 효과를 내야하는 제약 마케터도 고객 못지않게 바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이야기이다.

게다가 2년간의 하드 트레이닝으로 고객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진화했다. 그들은 우리보다 빠르고 영민하다. 포털사이트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언제든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웨비나를 시청하며, 수많은 채널들로부터 전세계의 최신 정보를 검색한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모든 정보가 오픈되고 환자들은 더 쉽게 많은 전문지식을 접하고 있다. 이에 따른 변화로 의사가 더 전문적인 정보들을 더 많이, 더 자주 찾아 업데이트 해두어야 하는 입장에 있는 것이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으로.





목표는 단순하다.

한국인의 평균 인터넷 사용시간은 하루 200분 정도다. 매일 깨어있는 시간의 최소 20%가 우리에게 열려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피할 수 없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아름답게 설계할 것인가.

브랜드 노출빈도를 높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개발한다. 브랜드의 지속적인 터치를 통해 우리는 고객에 대한 신용과 주도권을 형성할 수 있다. 고객은 이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피드백을 보내거나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활동을 망설이지 않게 될 것이고, 우리는 그 추이를 지켜보며 고객의 경험을 연구하고 모든 지점에서의 접점을 조금 더 촘촘하게 설계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브랜드의 커뮤니케이션 체인을 최적화하고 더 나은 전환율을 기록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채널이 갖는 의미를 분석해야한다.

어떤 정보는 블로그에 게시된 텍스트 정보가 편하고, 어떤 정보는 유튜브에서 영상물을 참고 하는 것이 실용적이다. 취향에 따라 텍스트 정보를 더 쉽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고, 이미지 정보를 더 쉽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카카오채널, 네이버밴드,... 지나치게 다양한 채널의 선호도, 접근성도 분석해보아야할 부분이다. 우리 회사는 주로 제약업계와 일하는데 다행히 제약마케팅을 위한 타겟은 제한적이고 제한된 타겟을 위한 컨텐츠를 다루기에 적합한 채널은 조금 한정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각 채널을 충분히 분석하고 있을까?


카카오 채널을 우선순위에 두는 가장 큰 이유는 클릭률이다. 스마트폰 소지자의 90%가 사용하는 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다른 채널과는 비교할 수 없는 오픈률을 자랑한다. 잘만 활용한다면 자사 브랜드 페이지 개발 등의 수고로움에 견주어 더 나은 ROI를 기대할 수 있다. 다시 한번 메디게이트의 설문 결과를 참고하면 의사들은 카카오톡 채널에서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정보를 각종 이벤트 정보, 가이드라인 업데이트, 최신 논문, 최신 질환정보 순으로 중요도를 꼽았다.






의사결정과 계획 수립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실용정보를 담은 감성디자인, 현장의 공감을 고려한 독창성. 그 경계를 오가는 균형감각은 경험하지 않고는 쉽사리 키워지지 않는다.


직업적 경험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도 다양한 직,간접적 경험을 최대한 쌓아서 많은 예시자료를 머릿속에 채워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회사로 치자면 다양한 분야의 레퍼런스가 많을수록 이러한 유연한 대응이 더 용이하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전문회사" 시대는 끝난 것이 아닌가.

디자인전문회사, 컨설팅전문회사, 광고전문회사, 웹전문회사. 20세기를 주름잡던 전문회사들은 조금씩 영역을 넓히면서 온라인광고회사, 디자인컨설팅 등으로 제각기 혁신적인 컨버전스를 시도했다. 대중은 하나의 채널에서 여러가지 서비스를 충족하기 원한다. 그렇지 않다고 부인할지 모르지만 최소한 익숙한 채널에서 출시한 새로운 서비스가 더 호감가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면 세분화된 경쟁력을 키워 한정적 리소스만으로 독립적인 비즈니스 영역을 구축해온 작은회사들은 더 광범위하고 입체적 서비스를 요구하는 지금 환경에서 무엇을 해야 앞서갈 수 있을까.


대기업이 시장 니즈를 이끌어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 시장은 늘 작은 거인들의 것이었다.


작은 회사는 모험을 일삼는다.

불가능한 것들을 해내고 당연한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열명 남짓한 직원들이 대기업 신입보다 못한 임금을 받으면서 세일즈와 마케팅, 제조, 보완, 개발을 한꺼번에 수행하며 시장을 유린해왔다. 그리고 드디어 대중은, 고객은 이 프로세스에 길들여진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고객은 업무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이해가 있는 세부작업 파트너를 요구한다. 우리는, 작은 회사는 하나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키우고 다른 영역을 탐험하며 성장할 수 밖에 없고 개인적으로는 그 과정이 매우 흥미롭고 기대된다. 덩치 큰 골리앗은 절대 시도하지 않을 것들을 우리는 아주 쉽고 당연하게 해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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