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평소보다 퇴근이 늦었다. 다음 주까지 제출할 서류가 몰려서 오늘 어느 정도는 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키보드를 끌어안고 있었다. 열두시가 좀 넘어서 사무실을 나서면서 브런치 앱을 열었다. 300일 동안 매일의 도전을 기록하겠노라 마음 먹었지만 여전히 드문 드문 포기하고 실패하는 날이 있는 나와 똑닮은 일기장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조회수가 천회가 넘었다(!) 백점짜리 성적표를 받은 초등학생처럼 설명하기 힘든 어떤 종류의 만족감이 목끝까지 찼다. 어라?! 내가 재능이 있나보다! 아직 한 달도 못 채웠는데!!
물론 이내 이성이 돌아오면서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는가보다며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이 기분을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며 아이들을 재운 침대머리에서 휴대폰 블루라이트를 만끽중이다.
처음에는 큰 기대없이 그저 개인적인 기록을 남기는 데 의미를 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홀로 달리는 마라톤은 열배나 더 함들다고 하지 않던가.
2019년 부터 한동안 퀀텀점프라는 개념이 크게 유행했다. 단계가 변할 때 에너지가 마치 점핑하듯 불연속적으로 이어지는 도약을 이야기하는데 흔히 성공을 위한 재도약 등을 표현할 때 컨셉용어로 많이 사용됐다. 21세기는 이과생들의 시대라 물리학 용어나 최신 IT기술 용어를 사용해야 지식인 분위기가 나는 이유인 것 같다. 더 옛날에는 훨씬 단순하게 표현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면 된다고 외치던 경제계발 시기가 있었고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독려하던 온건시대도 있었다. 하지만 표현방식의 차이일 뿐 현자들은 언제나 노력의 결과는 더디게 온다고 말해 왔다.
사실 나의 작은 도전은 여전히 실패중이다. 현자들의 조언대로 성실하게 노력하며 기회를 잡을 준비를 하지 못 하고 있다. 변화없이 흘러가는 날이 더 많아지고 기록할만한 성취를 찾기어렵다. 하지만 오늘 만난 작은 요행과 격려가 흥미를 잃어가던 나에게 힘을 준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으면 절대로 몰랐을 감정을 배웠으니 오늘은 그것으로 매우 만족스럽고 행복한 날이다.
그럼 다시 시작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