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15분 프로그램이 처음 나왔을 때 네이밍을 정말 잘 했다 생각했었다. 프로그램 의도와 구성이 정확하게 반영되어 있고 긍정적 에너지가 가득해서 제목만 들어도 호감이 가니 말이다. 우리는 세상을 바꾸는 일에 얼마나 열정적인가. 썩어빠진 세상을 바꾸는데에 15분을 투자하는 것은 지성인의 의무라고 느낀다. 하지만 정작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보면 깨닫는다. 아, 이 프로그램은 나를 바꾸는 중이군!
작가이자 기업가, 투자자인 팀 페리스가 달라이 라마에게 어떤 훈련이나 연습이 삶에 변화를 가져오려면 얼마나 걸리는지 물었다 그러자 달라이 라마는 간단하게 50시간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50시간.
아쉽게도 달라이라마와 대화한 것은 내가 아니기때문에 그가 50시간이라고 답한 진짜 이유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유추하자면 그는 반복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윤회의 삶을 사는 그의 삶의 방식에서 시간의 의미는 가변적일테니. 하지만 분명 24시간, 48시간 이라고 답하지 않은 이유는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현세의 시간이 아니라 50바퀴의 반복을 은유한 것이 아닐까. 하루의 체험, 일주일간의 여행은 삶에 장기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다. 하지만 반복적인 행위는 반드시 어떤 변화를 일으킨다. 반복적인 행위로 이루어진 날들은 단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매일이 그저 반복되는 것 같지만 둔감하기 짝이 없는 범인들도 시간이 흘러간 뒤 어느 날엔가는 반복된 날들의 사이 어딘가에서 변화가 이미 일어났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것이 하루 한시간의 운동, 10분의 명상, 습관적인 독서가 삶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이다.
나바시-나를 바꾸는 시간
어떤 사람은 인생을 바꾸기 위해 주 100시간 씩 3년만 투자하라고 한다. 또 다른 이는 하루면 족하다고 하고 요즘은 5초면 충분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모두 결론은 같다. 인생을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지금의 나를 바꾸는 것이다. 나라는 인격을 바꾸기 위해서는 반복하고 훈련해서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무언가가 필요하다. 세살 버릇은 여든까지 가고 사람은 고쳐 쓸 수가 없다. 본성에 가까운 무언가가 생기기 전까지는 어제 잠자리에 든 모습 그대로 오늘을 살게된다. 천재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어제와 같은 삶을 살면서 더 나은 내일을 바라는 것은 정신병 초기증세라고 말했다. 과연 물리학자다운 생각이고 매우 설득력있는 문장이 아닌가.
금연은 매일 하는 것이다.
담배를 즐기다가 끊은 사람들이 종종 하는 말이 있다. ‘담배는 끊는 게 아니라 참는 거에요.’ 한 번 습관이 되면 그것을 끊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매일 과거의 습관과 전쟁 중이고 승리가 누적될 수록 이후에도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단 한번의 패배는 이 모든 승리를 단번에 무너뜨리고도 남기 때문에 매일의 전투는 그만큼 치열하다. 절망적인가. 천만에. 이것은 한 편으로는 우리에게 아주 좋은 뉴스이다. 우리가 이제부터 만들어갈 좋은 습관들도 이렇게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버릇으로 길들일 수 있다. 마치 담배를 한 모금 빨듯이, 작은 도전들에 반복적으로 성공하면서 니코틴없는 건강한 아드레날린을 경험하라. (담배도 결국 니코틴을 이용해 억지로 아드레날린을 짜내는 수단에 불과하다) 도전과 성공에 중독되면 어느 순간에는 그것을 멈추기 어려울 것이다.
달라이라마처럼
달라이라마는 윤회사상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죽어도 환생한다. 후대 달라이라마로 지목된 아이들은 신으로 길러진다. 그들의 신앙을 모독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어나는 사실만 보자면 그저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한 개인에게 감당하기 버거운 짐을 지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러나 멀리 인류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달라이라마는 인간의 수행과 수련의 의지를 담은 큰 의미의 변화를 향한 노력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반복적으로 같은 노력을 기울이고 대를 이어갈 수록 더 정제된 수행을 이어 가는 변화와 성장의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지금은 그저 반복적으로 보이는 이 과정도 언젠가 시간이 흘러서 그들의 노력이 인류에 끼친 변화를 깨닫는 지점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미 많은 변화들을 보고있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14대 달라이라마가 2020년 앨범을 냈다. 발표된 앨범은 빌보드 뉴에이지차트 1위에 올랐고 세계인의 만트라가 되었다.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 프로젝트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처음 그 아이디어가 생각났을 때 누가 그런 생각을 하겠냐며 웃음이 났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웃음을 멈추었다. 누가 그런 생각을 하겠는가!’ 내가 무언가를 할수 없다고 가로막는 것은 나뿐이다. 그리고 할 수 있다고 믿는 것도 나뿐이다. 14대 달라이라마는 우리가 무려 50번이나 시험해야 그 사실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연 15대 달라이라마는 우리에게 몇번의 기회를 제시할까. 백년쯤 후 인류는 얼만큼 성장해 있을까. 그 답은 지금 나에게 달렸다. 세상을 바꾸는 내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