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루틴은 지키는 것이 아니라 습관처럼 흘러가는 것이어야한다. 가장 좋아하는 것과 꼭 필요한 것을 하면서 아침을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시작하는 것이 기본적인 모닝루틴의 철학이기 때문이다. 무작정 성공한 사람의 아침일상을 모사한다고 나의 아침이 채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MIT총장 라파엘 레이프는 눈을 뜨면 물 한잔을 들이키고 가장 먼저 이메일을 확인하며 아침식사자리에서는 뉴스를 본다. 반면 오라일리 미디어 창업자 팀 오라일리는 아침에는 되도록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보지 않는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본인이 설계한 아침루틴이 오늘 하루를 완벽하게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준다고 믿는다.
하지만 언제든 어떤 이유로든 소중한 모닝루틴이 방해받는 날이 있다. 그것이 내부적 요인이든 외부적 요인이든 아주 실망스러운 일이다. 나는 지난 주에 발목을 다쳐서 아이와 아침 산책을 하지 못했다. 주말 놀이터 탐험도 못 했는데 이 상태로는 내일 수요일 운동을 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의사 말로는 ‘발목만’ 쓰지 않는다면 스트레칭 정도는 괜찮다고 했으므로 일단 요가수업을 취소하지는 않은 상태이다. 한 가지 사건으로 내 일주일 삶의 루틴이 전체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첫째가 올해부터 학교에 들어갔다.
일주일은 교문까지 데려다 줬는데 바로 그 다음주부터 학교까지 혼자 가겠다고 나섰다. 물론 아파트 단지내에서도 우리집은 학교에서 단연 제일 가깝다. 그래서 등교시간이면 단지 구석구석에서 아이들이 몰려나와 모두 우리동앞을 지나 학교로 향하기 때문에 등교길은 붐비기까지한다. 하지만 부모마음이 어디 그런가. 바로 엊그제까지 유치원에 다니던 꼬마가 학교에 가서 밥도 혼자먹고 교실도 혼자 찾아가는 게 불안불안한데 몇번 가보지도 않은 학교를 혼자 간다니. 아이는 학교에 적응중인데 부모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했다.
나는 매일 조금씩 가까운 곳에서 손을 놓는 연습을 해야했다. 학교앞 신호등에서, 놀이터입구에서, 단지 유치원 앞에서. 그리고 마지막은 주차장에서 손을 놓았다. 아이는 엄마와 헤어지면 거기부터 학교까지 줄곧 뛴다. 처음에는 빠르게 걷다가 한번쯤 뒤돌아보고 점점 더 씩씩하게 뛰어간다. 나는 일부러 과장되게 아주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 멀어질 때까지 서서 손을 흔들어준다. 가끔 뒤돌아보고 손을 흔들며 폴짝폴짝 뛰기때문에 조금 휘어진 길을 따라 아이가 안 보일즈음에는 차도쪽으로 최대한 붙어서서 아이를 끝까지 지켜본다.
몇년동안이나 한결같이 품안에 있던 꼬마가 저벅저벅 걸어나갔다. 늘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것들을 매일 하나씩 무너뜨리면서.
습관이 방해받을 때 우리가 할 일은 또다른 습관을 만드는 일이다. 인생은 변화무쌍하므로 어떤 루틴도 평생동안 지킬 수 없다. 블루보틀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은 아침에 제대로된 모닝커피를 마시기 전까지는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여행을 갈 때도 좋아하는 커피를 챙겨서 다니기로 유명한데 그의 여행용 커피 콜랙션은 루틴이 방해받는 경우를 위해 또 다른 루틴을 만들어낸 좋은 예시가 될 것 같다. 위에서 언급한 팀 오라일리는 몇년 전 회전근을 다쳐서 침대옆에서 플랭크 자세를 2분간 취하는 것을 모닝루틴에 추가했다.
하루의 시작을 가꾸는 노력들은 제각각 매우 열정적이다. 나머지 하루 대부분을 우리는 남을 생각하며 남을 위해 산다. 일에 집중해서, 또는 관계에 집중해서 오롯이 나만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러니 방해가 시작되지 않은 아침에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모든 모닝루틴에 숨어있는 자기애를 발견했는지 궁금하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모닝루틴을 찾기 전에 스스로 자기를 충분히 존중하고 스스로에 대한 배려와 애정을 아끼지 않아야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아차렸으면 좋겠다. 그러니 루틴이 무너졌을 때 재빨리 다른 것을 덧대거나 대체하자. 다른 생각이 그 자리를 채우지 않도록 나를 위한, 오직 나의 하루를 위한 에너지를 설계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