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흥-!
내 동생은 개학 전날이면 방학숙제를 방 한 가득 펼쳐놓고 우는 아이였다. 탐구생활부터 그림일기, 만들기, 과학 숙제까지 하룻저녁에 하기엔 까마득히 많았다. 그러게 미리 좀 하지. 보다 못하면 엄마와 나는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서 한참 어린 동생 숙제를 하나씩 맡아서 했다. 어쩌면 그래서 몇 해동안이나 그런 일이 반복됐는지 모르겠다.
대부분의 성공한 사람들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작은 실패들을 차근 차근 겪으면서도 끝까지 포기 하지 않은 덕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것이 그들의 말처럼 쉽기만 하다면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왜 있으며 다이어트 제품은 왜 계속 쏟아질까.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끝까지 해내는 것이며 왜 끝까지 해내는 것일까.
포기할 때의 심정은 그렇다. 지금 닥친 일이 끔찍하고 거대해서 도저히 할 수 없을 것이라 여기게 된다. 이번만큼은 내 능력밖이라고. 반대로 어떤 일을 완수하는 경우에는 상황을 대하는 자세가 다르다. 해봄직하고 어떤 면에서는 만만하다. 최소한 가능성이 있어보여야 결과가 보장되지 않은 인생의 수많은 도전과제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이를테면 동생의 방학 숙제 같은 것이다. 동생이 보기에는 엄두도 안 나는 엄청난 일이지만 몇 살이나 많은 나는 한 두시간이면 하겠구나 싶은 하찮은 일이기 때문에 나는 어렵지 않게 동생의 숙제를 해주는 것이다.
성공하는 이들은, 끝까지 해내는 이들은 보통 여유롭다. 대게는 허덕거리며 현재를 보내지 않는다. 해낼 수 있는 목표를 정하고 자신감 있게 한가지를 해낸다. 그리고 수많은 작은 성공을 발판 삼아 그 다음 목표에 어렵지 않게 접근한다. 물론 그들도 실패한다. 그러나 해볼만한 일에 실패했으므로 좌절보다는 다음 번에는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자신감이 더 크다.
마라톤 완주를 위해 당장 레이스에 뛰어드는 무모한 이는 없다. 만만하기 그지 없는 작은 목표를 세우고 하나씩 해가는 습관을 들이면 큰 도전을 만났을 때도 우습게 해낼 수 있다. 모든 과제는 해볼만 한 일이어야하고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역시 한없이 여유로워야한다. ‘나는 삼성에 입사하겠어’ 라고 비장하게 외치는 취준생보다 더 가볍게 ‘우주여행이나 해볼까?’ 라고 농담하며 웃는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높은 이유이다.
일론 머스크의 로켓은 우주로 날아갔고 세상이 장난같은 이 어른은 테슬라를 로켓에 달아서 보냈다. 내 앞에 놓인 문제들에 너무 심각하게 몰입하고 미리 쫄지 말자. ‘까짓거, 안 되면 마는거지.’ 하는 마음으로 일단 시작하면 결국 된다. 그러다 안 되면? 다시 하면 된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다. 세상은 호랑이 굴도 아니고 살면서 호랑이를 만날 확률도 거의 없다. 우리가 마주하는 많은 일들이 사실 호랑이 만큼이나 거대하지 않다는 뜻이다.
한 발짝 멀리서 보고 한 번 웃고 보면 아주 사소한 일들이다. 삼성에 떨어졌다고? 까짓거 삼성 하나 만들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