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은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직장인은 두 말 할 것도 없고 노년부터 초등학생까지 전 인류가 하루를 분 초단위로 나누어서 쓴다. 사람들은 왜 바쁠까. 아니 바쁘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무슨 뜻일까.
사전적으로는 ‘서둘러 해야할 일들로 인해 딴 겨를이 없다’ 고 설명한다. 하지만 서둘러 해야할 일은 서두른 만큼 빨리 끝이 날 것이다. 그러므로 서둘러 해야할 일 한 가지로 언제까지나 계속해서 바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계속해서 바쁜 현대인은 서둘러야할 일이 쉬지 않고 생겨난다는 이야기가 된다. 과연 당장 끝내야할 일이 계속 생겨나는 것일까.
데일 카네기의 자기관리론에 그런 예가 나온다. 언제나 잠 잘 시간도 부족하던 비즈니스맨이 어느날 결단을 내린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효율이 적은 일은 줄여가자.” 결론적으로 그는 여유를 되찾았고 업무적으로도 더 나은 결과를 얻었다. 과연 우리가 하고있는 많은 일들은 반드시 하야하는 일일까.
또 한가지 생각해볼 점은 빨리 끝내야하는 이유에 관한 것이다. 저마다 자유의지가 있는 인간이 모든 일을 외부 압력에 의해 서두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하는 일을 서둘러 끝내려는 가장 큰 이유는 하기 싫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기 싫은 일을 서둘러 끝내고 내 영혼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들에 몰두하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는 쇼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거나 마당에 심어놓은 텃밭채소를 보살피는 일을 서둘러 끝내지 않는다. 그 한가로움을 빨리 끝내기 싫은 이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즐겼던 달고나라떼를 기억하는가.
왜 일하는가
이나모리 가즈오가 도발적으로 물었다. 그렇게 하기 싫은 일을 도대체 왜 하는지 생각해 본적있는지. 인간이 일을 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천천히 여러 방법으로 설명한다. 주로 본인의 경험을 들어 이야기하는데 그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는 일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에 비하면 그는 일을 사랑하고 과정을 진심으로 즐기느라 절대 일이 지루하지 않은 사람이므로.
빨리 끝내는 사람 & 손이 느린 사람
일을 해내는 속도에는 개인차가 있다. 어떤이는 순식간에 일을 해치우는가 하면 어떤 이는 한없이 더디기만 하다. 일에 따라 능력차이인 경우도 있고 일하는 방식이기도 한데 어쩔 수없는 자본 주의 개념에 따라 대체로 일을 빨리 끝내는 사람일 수록 일머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간이 공동체생활을 계속하는 이상 개인은 필연적으로 일을 할 수 밖에 없고 그 반대의 경우보다 시간을 건전하게 쓸 확률이 더 높다. 그러나 나는 이런 사회적 관점에서 벗어나 개인의 행복과 성장을 위해 일을 하기를 권한다. 달고나 라떼를 수천번 저으며 숨겨진 내면과 만나듯이 주어진 일들애 애정을 갖고 관찰하고 분석해서 가나슈 입자를 음미하듯 천천히 해나가기를 응원한다.
우리 시어머니는 늘 아주 부지런한 분이다.
가끔 아이들을 데리고 어머님댁에 가면 어머님은 가족들 수발을 드는데 모든 시간과 노력을 다 하신다. 하루 종일 어머님 얼굴을 뵙기 어려울 정도로 싱크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아들된 입장에서는 그저 식구들 밥 세끼를 준비하는데 왜 쉬지 않고 서계신지 불만이다. 하지만 어머님의 밥상을 보면 천마디 말로도 전할 수 없는 애정이 느껴진다. 어느 것 하나 냉장고에서 바로 나온 반찬이 없이 모두 다 지금 손으로 만들어 낸 것들이 상에 올려진다. 조상님 제삿상도 이렇게 정성일까 싶을 정도로. 아들내외가 온다면 일주일 전부터 장을 보고 김치도 새로 담궈 놓으시니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명절 증후군을 앓는다는 며느리처럼 그 일을 고약하게 생각지 않으시는 것은 분명하다. 설레는 마음으로 아들이 좋아하는 것, 며느리가 좋아하는 것, 손주들이 좋아하는 것을 차례차례 떠올리며 준비하는 시간을 진심으로 즐기는 것이다. 때로는 옛날 이야기도 하시면서 추억담긴 음식을 만들고 아들이 쓰던 수저를 꺼내서 손주 앞에 놓아준다. 그리고 다시 추억 속에 젖어들어 아이들이 먹어치운 상을 정리하면서 누가 무슨 반찬을 좋아하는지 그 반찬은 애비도 좋아하던 것이라는 말들을 노래처럼 읊조리며 그 다음 일에 몰두 하신다.
명상이란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아야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운동을 할 때도, 노래를 할 때도 아무 생각없이 현재의 행동 자체에 빠져드는 것을 명상 상태라고 말한다. 당장 해치우려는 생각을 지우고 관점을 달리하면 어쩌면 바쁘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새벽별이 뜰 때까지 야근에 시달리다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면 공허한 마음을 지울 길이 없다. 좋아하지 않는 일들을 해치우느라 시간을 보내는 대신 일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일 자체를 즐기는 지혜를 더 늦기 전에 배울 수 있을까.
하지만 오늘도 너뮤 바빠서 바쁘지 않은 삶을 동경할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