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영업을 가장 어렵고 외로운 직무군으로 생각한다. 언뜻 누군가의 비위를 맞춰야하고 하기싫은 일도 해야할 것 같은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매체에서 비춰지는 영업인의 모습은 조금 단편적이다. 부당한 갑질에 시달리며 술접대에 끌려다니고 매출압박에 시달리며 매일 퇴사를 고민하는 중년의 남성.
그러나 실제로 내가 만난 영업인들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박애심이 강하고 사람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영업직에 지원하는 케이스가 많다. 나는 여러 기회로 주로 대기업, 또는 외국계기업의 영업부 직원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은 특별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대게는 부드러운 표정과 제스쳐를 취할 줄 알고 사람간의 융화를 지향한다. 불협화음을 불편하게 여기고 이를 피할 수 있다면 언제나 불편함을 스스로 감수하는 사람들이다.
호감이 가는 사람
영업에서 첫번째 성공 조건은 호감을 살 줄 아는 것이다. 모든 부자들이 입을 모아 말하듯 돈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다. 다시 말해 상대의 주머니에 들어있는 돈은 그것을 지독히 원하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내 주머니로 옮겨 오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돈에 깃든 영혼만큼이나 뜨거운 진심이 필요하다. 선의의 두 영혼이 진정성있는 대화를 통해 관계를 맺고 같은 방향으로 돌려 앉는 과정이 영업이다.
대화는 스스로의 장점을 잘 발휘해서 상대로부터 긍정적 피드백을 이끌어내는 것 부터 시작된다. 누구도 비호감인 상대와 긴 대화를 이어가고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지 않으니까. 다만 미남이기때문에, 달변가라서 누군가의 마음에 들수는 없다. 물론 출중한 외모나 말솜씨가 단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십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믿음은 시작점이 다르다.
필요할 때 있어 주는 사람
성공한 연예인들의 인터뷰에서 잊지 못할 선배를 물으면 공통된 이야기를 풀어낸다. 밥먹을 돈이 없을 때 만원을 쥐어준 사람, 그 배역이 절실히 필요할 때 오디션 기회를 마련해 준 사람, 절망이 덮쳐 죽고싶을 때 전화 한통을 해준 사람. 내가 필요할 때 필요한 것을 준 사람들을 우리는 은인이라고 부르며 평생 빚진마음을 지우지 못 한다.
가장 훌륭한 영업방식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내어주는 것이다. 그가 말을 하든 안 하든. 그리고 그것을 진심으로 하는 것이다. 목적없이. 때로는 그들조차 본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지 못 할때도 있다. 그럴 때 그에게 필요를 인지시키는 일도 매우 생산적이다. 지금 운영 중인 프로젝트와 관련해 상관에게 보고할 자료가 필요하지 않은지, 조금 품이 더 들고 돌아가더라도 더 많은 사람을 만족시킬 방법이 있지 않을지,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여분의 일들을 제안하는 것이다.
나는 분명 영업을 이타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기진 소중한 것을 나보다 더 필요로하는 사람에게 선의로 나누어 주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동의할 수 없는가. 본인이 취급하는 제품, 또는 서비스에 대한 자부심이 없다면 일단 그 일은 그만두자. 스스로에게도 팔 수 없는 것을 타인에게 파는 것은 사기행위이므로.
나의 경우 내가 취급하는 상품은 시간이다. 내 회사의 시간을 판다. 내가 기꺼이 값을 주고 구매한 직원들의 시간과 정성에 값을 먹여 고객에게 판다. 물론 내 시간도 거기에 포함된다. 선사시대부터 있어온 일상적 물물교환행위는 반드시 상호작용을 불러오는데 내가 건네는 시간과 마음에는 반드시 그의 시간과 마음이 돌아온다. 진심으로 사람을 만나자. 고객, 진상, 웬수가 아니라 같은 목표를 위해 진심인 사람과 사람으로서 상대방을 대하고 함께 만들어낼 결과물을 미리 축하하면서.
절대 고객이 귀찮아하는 일들을 할 필요는 없다.
가장 피해야할 일이다. 누군가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의 종을 자처하는 일은 가장 피해야할 일이다. 순종과 복종은 무시와 경멸을 불러온다 ‘죄수와 간수’의 실험에서 이미 밝혀진 것처럼. 이 비뚫어진 관계는 그가 하찮게 여기는 일을 도맡아 하면서 시작된다. 반드시, 업무적으로 보상받고 싶다면 호의를 베풀 때에도 업무외적인 호의를 삼가하라.
그와 반대로, 이유없이 무턱대고 일을 구걸하는 뻔뻔함도 피해야한다. 아무런 댓가없이 사탕을 사주는 관계는 세상에 부모 자식관계뿐이므로 비즈니스 시장에서 거래는 항상 원하는 것의 맞교환만이 건전하다. 양쪽의 값이 대등하지 않은 거래는 언제라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영업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어느 분야에서든 성공하기는 쉽지 않으니까. 하지만 성공한 사람 중 영업스킬이 없는 사람도 아주 드물다는 사실은 꽤 중요한 사실이다. 상대방의 주머니에 꼭 붙들려있는 돈을 잘 구슬려서 잠시나마 내 주머니로 옮기는 기술, 또는 영원히 내 주머니에 눌러살게 하는 기술은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