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어어어 어 어
깊은 바닷속은 너무 외로워
춥고 어둡고 차갑고 때로는 무섭기도 해
그래서 나는 매일 꿈을 꿔 이곳은 참 우울해
눈앞의 현실은 언제나 불만족스럽다. 해변에 사는 이들은 무료함을 탓하고 도심에 사는 이들은 분주함을 불평하듯이. 영화 애프터선셋의 맥스는 모든 도둑이 꿈꾸듯이 마지막 큰 건을 끝으로 현업에서 은퇴하고 그림같은 파라다이스에 롤라와 정착해 상상하던 삶을 살아갈 일만 남았다. 하지만 맥스는 안락함에 적응할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스릴과 도전에 익숙해져서 평화로움과 함께 찾아드는 안정감을 권태롭게 여긴다.
영화를 보는동안 계속 롤라의 현명한 선택들에 공감하면서 맥스를 흘겨볼 수밖에 없었다. 복에 겨워 인생의 사잇길로 빠져드는 어리석은 이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니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속에서 우리는 맥스와 같은 선택을 반복한다. 스스로 규정한 목적지에 다다르면 권태로움에 몸부림치고 나름의 고요함 속에서 외로움과 싸우다가 다시 다른 세계와 섞여들어 번뇌에 시달리며 평화를 찾아해맨다.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 캘리최를 비롯해 대다수의 성공을 이룬 사람들은 꿈꾸는 미래를 매우 구체적으로 시각화하고 이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라고 조언한다. 여기서 그들이 빠뜨린 내용이 있다면 그 일을 멈추지 않아야한다는 것이다. 늘 한가지 그림에 매달려 있다보니 어느새 그 그림속에 들어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보통 중년이 되었을 즈음이다. 그래서 중년의 방황이 무서운지 모르겠다. 한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왔는데 그 이후의 무력감과 허무함을 이기지 못해 자꾸만 다시 혼돈의 청년기로 되돌아가려고 한다.
문어에게 이미 익숙해진 바다밑은 안전하고 조용한 그의 터전이다. 작년에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선생님’응 보면서 적잖이 놀랐던 사실은 야생의 문어로 사는 동안 심각한 위협을 만날 확률이 매우 적다는 사실이었다. 이리 저리 몸을 옮길 때마다 환경에 맞추어 몸색깔을 바꾸면서 똑똑하게 사냥을 하고 유연한 몸 덕분에 천적을 피해 몸을 숨기기에도 매우 용이하다. 게다가 사람을 알아보고 교감을 시도할만큼 지능이 발달한 생명체로서 이미 바다밑 자기 영역을 섭렵한 문어는 매일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낼까.
그래서 우리는 매일 꿈꾸기를 멈추지 말아야한다. 어쩌면 꿈은 청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중년을 위해 더 필요하다. 지나온 것들을 곱씹고 그리워할 시간에 미래를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찾아야한다. ‘라떼’는 이제 그만 찾고 신메뉴에 도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