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업운영의 가장 큰 화두는 기업문화이다.
2019년 지구적 재난과 함께 재택근무가 시작되고 이어서 저마다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업무시간 마저 모호해져서 이제는 더이상 일과 생활의 경계는 무의미한 개념이 되었음에도 인류는 어느 때보다도 더 일하기가 싫다.
지금 우리는 인류 문명이 존재한 이후 일어난 모든 변화 중에도 손에 꼽힐만한 변화를 겪으면서 예측할 수 없는 정치적, 사회적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변화에 가장 민감한 기업들은 변화에 대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기업문화에 대해 많은 고민에 빠졌다.
직장인들은 워라벨을 눈에 보이는 출퇴근, 근무 시간으로 규정하던 관습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일과 생활을 분리하기 어렵다는 볼맨 소리를 한다. 그럼에도 직업안정성은 낮아졌고 회사에 대한 믿음도 흔들린다.
Culture의 반대말은 Nature이다
우습게도 그렇다. 문명의 반대말은 자연이다.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은 그만큼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각기 다른 자연인이 모여서 하나의 커다란 무지개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의 색깔을 조금씩은 숨기고 비틀어야 알맞은 프리즘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은 시공간적 제약이 있을 때 실행하기 조금 더 용이하다. 같은 공간에서 숨쉬는 그룹이 하나의 목표에 집중시키기가 쉽고 서로 더 많은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은 매우 당연하므로. 보통의 기업리더가 원하는 기업의 모습은 통제 가능한 공간에 있는 통제가능한 인력이다. 구글이며 에어비앤비가 사무 공간의 파괴와 혁신을 통해 만들어 내려는 것도 그래봤자 다른 유형의 통제기술일 뿐이다
무질서의 미학
자연에서 일개미는 극단적으로 자유롭지만 극단적으로 헌신적이다. 아침 미팅도, 주간회의도 없지만 단 하나의 목표에 매료되어 일생을 바친다. 조직이 제시하는 영원 불변의 가치가 손에 잡힐 듯 명료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제시하는 생존이라는 가치는 모든 조직 구성원의 최우선 가치와 일치하며 하위그룹에서 상위그룹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적용된다. 그에 비해 회사라는 이익집단은 지나치게 학구적이며 전략적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인간은 개미보다 효율적으로 일하지 않고 우리가 추구하는 저마다의 가치는 개인에게 절대적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사회를 만들고 규범을 개발하고 구성원을 개도하면 문명이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럴까. 자연은 이미 그대로 정해진 법칙이 있고 별다른 교육 기관없이 이를 공유하고 지켜왔다. 그리고 책한권에 달하는 법조항을 제정하고도 이를 10년에 한번씩 개정하는 헌법보다 사회를 더 완벽하게 지키고 있다.
단 하나의 원칙
자연에는 조화와 배려가 있다. 생존과 번영을 무한정 고집하지 않는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자연에서는 서로의 자리를 바꾸어도 누구에게도 불공평하지 않다. 사자와 사슴이 서로 입장이 바뀐다고 사슴이 크게 이익인가. 또는 옆에 있던 코끼리가 큰 영향을 받겠는가. 하지만 기업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누가 어느 자리에 앉는가에 따라 집단 전체가 흔들리는 것이 현실이다. 자연 그대로의 눈으로 서로의 입장에 서보면 모든 것이 명확하다. 회사와 직원, 사장과 말단, 각 팀의 팀장들이 서로 무작위로 자리를 바꾸어도 불만이 없을 결정들을 찾는 것이 기업문화의 시작이 아닐까. 우리는 직원들의 이름을 쓴 쪽지를 선풍기로 날려 가장 멀리간 사람을 승진 시킨다는 미라이공업의 상징적 이벤트를 의미있게 바라보아야 한다.
나는 파리보다 베네치아를 더 로맨틱한 도시로 생각한다. 세상에 없는 땅덩어리를 바다 한가운데 손으로 빚어내다니 말이다. 그리고 신이 만들지 않은 땅위에 신이 만든 것들이 살고 있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연의 법칙이 뒤집힌 장소가 아니겠나. 우리는 위대하다. 바다위에 땅을 만들 수 있고 서로에대한 믿음위에 삶을 꾸릴 수 있다. 기업은 작은 국가이자 하나의 세계이다. 늘 내가 만들어 가고 있는 세계관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되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