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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낢 Feb 26. 2023

5년 후쯤 도전할께

얼마전 친구들과 농담을 주고 받다가 꾸준히 운동해서 5년쯤 후에는 요가 지도자과정에 도전하겠다고 했더니 친구가 의아해 하며 물었다. ‘왜 5년 후야? 지금이 아니고? 더 열심히 해서 당장 도전하면되잖아?’ 운동 시간을 늘리고 조금 더 신경쓰면 5년까지 내다보지 않아도 해낼 수 있다고 격려하면서 친구가 진지하게 응원의 눈길을 보냈가. 나는 조금 당황해서 손사레를 치며 내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으며 본인은 그런 에너지를 타고나지 못했노라고 고백해야했다.


어떤 일을 오래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자기 한계를 깨닫게 된다. 어느 부분이 나의 강점이고 약점인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얼마나 하면 지치는지 스스로를 파악해가면서 자기능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쓰는 방식을 습득함과 동시에 포기하고 타협해야하는 시점도 알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중년즈음 되면 무모하지도 순진하지도 않은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현실적이고 책임감 있는 목표를 정하고 차근차근 내 몸에 맞는 속도로 지금 해야할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


사실은 그저 지나가는 말이었다. 꽤 꾸준히 한가지 운동을 하다보니 한 5년쯤 하면 강사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우스갯소리였는데 어렴풋이 5년이면 정말로 도전할만 하다는 생각이 스믈스믈 올라오는 것을 보면 친구의 격려아닌 격려의 말이 도전의지를 건드렸나보다. 개인 렛슨을 시작한지 만 1년이 지나고 나서 선생님은 이제야 겨우 초보수준은 넘어섰다고 인정했는데 운동과 담을 쌓고 산 지난 과거가 드디어 청산되었다고 말하는 것 같아 어쩐지 아주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새출발을 할 수 있다는 희망선언 같았다면 적당할까.


운동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개인레슨의 가장 큰 장점은 요령을 피울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자기의지와 상관없이 한시도 내게서 눈을 떼지 않고 지도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모든 동작을 정석대로 취하고 한 호흡도 그냥 건너뛸 수가 없다. 한번 그룹 수업에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다른 회원에 비해 나는 동작이 상당히 느려서 많은 동작을 따라가지 못하고 허둥거리다가 수업이 끝나버렸다. 그 이후로는 자신감을 완전 상실해서 지도자 과정 같은 소리는 쏙 들어갔다.


하지만 또 한 시간 한 시간 레슨을 받다보면 봄날 아지랑이 피듯 올라 온다. 이렇게 5년이면….? 일주일에 한 두번 겨우 수업을 잡는데 그나마도 미팅이 잡히면 취소하기 다반사이고 일이 바빠지면 제일 먼저 취소하는 게 수업인데도 햇수만 채우면 뭔가 이루어 낼 듯 여기는 것이 기가 막히게 나답다. 언제나 시작의 문턱에서 발을 딛는 것에는 용맹하면서 그 후에 일어나는 파도를 헤쳐나갈 기백은 없는 것이다. 일단 배를 띄우기만 하먄 어느 해류를 타든 배는 움직이고 그런대로 항해라는 것을 한다. 좌초되지 않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죽을 똥 살 똥 배를 간수하느라 세월을 보낸다. 그렇지만 목적지에 가기 위해 어떤 위험을 감수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에 골몰하지 않는 것이다. 그저 파도가 치는대로 바람이 부는대로 나부끼며 표류 중이다. 마냥 선생님 몸짓을 따라만 하다보미 2년째 전사 1세트를 못 외우는데도 언감생심 ’5년 후엔…‘이란 기대를 지우지 않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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