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분주했다.
아침부터 동네를 한 바퀴 돌았고,
교회를 갔다가 바다로 향했다.
해변을 따라 한참을 걷다가 카페에 들어갔다.
집에 와서는 텃밭을 정리하고, 부침개를 했다.
배춧잎을 삶아 소분했고,
TV를 보고, 보드게임을 했다.
많은 것을 했지만 좋았던 한 순간이 없다.
만 보를 걸었는데도 걸은 것 같지 않고,
커피를 마셨는데도 카페에서 졸았다.
예능을 봤지만 재미가 없었다.
보드게임을 하면서는 아이에게 화를 냈다.
웃으면서 좀 하자고 말했지만,
나는 하루 종일 웃지 않았다.
몇 년을 함께한 모임의 마지막이 오늘이었다.
나는 멀리 있어서 가지 못했다.
가면 갔겠지만, 가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다.
단체톡을 자주 봤다.
15시, 출입문 비밀번호를 물었다.
16시, 모임 정리 파일이 올라왔다.
17시, 중국집 메뉴를 물었다.
그 이후로는 아무 말이 없다.
다시 만날 날을 정했을까.
잘 마무리했을까.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생각이 더 커졌다.
많은 것을 한 오늘.
나는 멀리서 끝나고 있던 그곳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