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거나를 의심한 사람들

by 다혜로운

남편에게 쌈채소를 사 와 달라고 했다.

남편은 상추, 깻잎처럼 정확히 말해달라고 했다.


“자기 먹고 싶은 걸로 사. 나는 아무거나 먹잖아."

내 말에 남편은 황당한 얼굴로 말했다.

"뭘 아무거나 먹어. 내가 그렇지, 자기는 아니잖아."


맞는 말이었다.

우리는 한참을 웃었다.


친구가 밥을 차려 주겠다며 초대한 적이 있다.

그는 미역국을 끓이면서 말했다.

"나는 좀 전에 끓인 국이라 그냥 먹는데,

너여서 데운다."


나도 그냥 먹는다고 했더니 친구가 말했다.

"너 나랑 순댓국 먹을 때마다

국은 뜨거워야 맛있다고 하잖아."



나는 “아무거나”를 자주 말했다.

대부분의 음식을 다 잘 먹고,

기호는 혼자 있을 때 챙기면 된다고 생각했다.

나를 맞추는 것이 고맙기보다는 불편했다.

그러나 가까운 지인들은 이미 내 기호를 알고 있었다.

말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생활로, 말로 나를 충분히 표현하고 있었다.


"그냥 너 원하는 거를 말해줘."

한 친구는 그런 말도 했었다.


웃음이 터진 순간, 그들이 떠올랐다.

나의 아무거나를 믿지 않았던 친구들.

나에게 맞춰주고, 물어봐주고, 생각해 준 그들.


사진이라도 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불안을 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