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피하다 보니 '모'도 없었다

by 다혜로운

보드게임 <스트림스>를 했다.

1부터 30까지의 숫자를 배열하는 게임이다.


숫자 타일를 무작위로 하나씩 뽑고,

스무 개의 칸에 숫자를 적는다.

오름차순으로 길게 이어질수록 점수가 높고,

점수 폭도 커진다.


나는 열다섯 개를 잇는 게 목표다.

그래서 내 점수는 늘 60,70점대다.


아이들은 모든 칸을 이으려 한다.

그 전략은 운에 따라 점수 차이가 커서

'모’ 아니면 ‘도’다.


오늘 일곱 판을 했고,

내 점수는 또 60,70점이었다.

아이는 10점도 나오고 100점도 나왔지만,

오늘은 ‘도’보다 ‘모’가 더 많았다.

나는 두 판을, 아이는 다섯 판을 이겼다.


높은 점수를 내려면 모험이 필요하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게임에서조차 나는 모험을 하지 못했다.

시도는 했지만,

어느새 같은 방식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게임에서 내가 쓰는 전략과

내가 살아온 방식은 많이 닮아 있다.


처음부터 한계를 정하는 태도,

‘도’를 피하려는 본능,

운을 바라지 않는 성향,

안정적인 것을 선택하는 습관.


삶도, 게임도 그대로였다.

‘도’를 피하다 보니

'모’도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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