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두 번씩
새벽 산에 오르는 지인이 있다.
그에게 그 시간은 기도 같은 것이라고 했다.
가끔 같이 가자고 하면, 나는 가겠다고 답한다.
혼자서는 가지 않지만,
따라갈 때마다 내게 남는 것이 있다.
주말에 같이 가자는 문자와 함께
어제 찍었다는 눈 쌓인 사진이 왔다.
겨울 산은 이십여 년 만이라 망설이다가
다음날 새벽에 만나기로 했다.
그와 다섯 시에 만났고,
여섯 시 전부터 산에 올랐다.
휴대폰의 작은 불빛으로 눈길을 걸었다.
눈 밟는 소리와 바람소리만 들렸고,
모자 사이로 나온 머리카락은 금세 하얗게 얼었다.
올라가자, 나뭇가지마다 눈이 붙어 반짝였고,
난간 줄 위에는 비스듬하게 눈이 쌓여있었다.
다 같은 눈이었지만, 쌓인 자리마다 모양이 달랐다.
익숙한 것들이 새롭게 느껴지면서
내 안에 납작한 무언가가 부풀어 올랐다.
그와 함께한 시간은 반나절이었는데,
그날의 여운은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자신을 잘 챙기는 사람을 따라간 것뿐인데,
며칠간 나를 덜 방치하며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