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묭 Dec 13. 2020

처음이라 서툰 당신의 작품, 대신 팔아드려요

<‘첫서재’ 프로젝트 2 : 창작자의 첫 작품전>


60년 묵은 폐가를 고쳐 만든 춘천의 공유서재 ‘첫 서재.’


그 두 번째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첫 번째 프로젝트를 먼저 읽으려면 여기~)


첫서재에 문을 열고 들어오시면, 나무로 만든 진열장이 처음 여러분을 반길 거예요. 어른 허리춤 높이의 진열장에는 12칸의 서랍이 가지런히 매달려 있답니다. 마당에서는 서랍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고, 실내에 들어오면 서랍을 열어볼 수 있는 구조이지요. 신인 가구디자이너 송영규 님에게 의뢰해, 이틀간의 회의와 한 달의 제작 공정을 거쳐 탄생한 진열장입니다.



12칸의 서랍은 저마다 다른 ‘서툰 주인’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초보 창작자 혹은 아티스트들의 창작품을 진열해놓을 계획이에요. 관심 있는 분들께서 저희에게 판매 대행 요청서를 보내주시면, 저희가 택배로 작품을 받아 대신 판매를 도와드리겠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각 서랍 칸에는 명함꽂이가 달려 있습니다. 명함을 함께 보내주시면 창작자의 이름과 SNS 계정, 온라인 스토어 등도 홍보하실 수 있어요.


첫서재에서 작품 판매를 대행하는 수수료는 ‘0원’입니다. 창작자가 원하는 가격 그대로 판매한 뒤 전액을 보내드려요.


대신 북스테이 ‘첫, 다락’과 마찬가지로, 5년 뒤에 ‘돈이 아닌 것들’로만 수수료를 보내주시면 됩니다. 5년 뒤에 자그마한 작품을 하나 보내주셔도 되고, 원데이 클래스나 강좌를 한 번 열어주셔도 좋을 것입니다. 딱히 보낼 게 없다면 그저 손편지 한 장 써 보내주셔도 충분할 거예요. 뮤지션이라면 음악을, 시인이라면 시 한 편을 선물해주신다면 꿈만 같겠네요.


판매를 위해 보내주시는 작품은 꼭 ‘처음 만든 무언가’일 필요는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첫’들은 저마다 의미가 다를 테니까요. 회사를 관두고 처음 만들어본 가죽공예품일 수도, 처음 ‘돈을 받고 팔아볼’ 생각을 한 수제 블렌딩 티(TEA)일 수도 있습니다. ‘첫여행’을 떠올리며 그린 손바닥만한 그림엽서들도 좋겠지요. 뮤지션이나 댄서라면 ‘언젠가 열릴 첫 공연 티켓’을 미리 가져다 두셔도 멋지겠네요! 또 반드시 초보가 아니어도 상관없답니다. 예컨대 기존 아티스트들이 ‘초심’을 생각하며 만든 작품이어도 괜찮아요.


12칸의 서랍이 서툰 주인을 기다립니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유는 북스테이 ‘첫 다락’과 같습니다. 미래가치가 현재보다 더 높다고 여길 만한 창작자들에게 저희의 공간을 미리 내어드리고 싶었어요. 그들의 미래에 투자하는 대가로 저희는 ‘돈’을 ‘당장’ 받는 걸 포기하려 합니다. 첫서재의 손님들, 그러니까 작품을 사갈 고객님들 역시 공동 투자자가 되는 셈이지요. 누군가 자신의 작품에 돈을 지불했다는 것만으로 그 창작자는 한 뼘씩 자랄 테니까요. 저희가 돈과 바꾸지 않았던 그 창작자가 언젠가 세상에 멋진 영향력을 선사한다면, 그때 온 동네에 자랑하고 다니겠습니다. 저 사람 작품, 저희팔아봤다고요.




‘첫서재’의 두 번째 프로젝트, ‘창작자의 첫 작품전’ 역시 2021년 봄부터 시작됩니다. 그전에 판매 대행 요청서부터 받을 텐데요. 역시 궁금해하실 것들에 대해 미리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1. 판매 대행을 원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3개월마다 인스타그램 첫서재 계정에 ‘판매 요청’ 공지를 별도로 올리겠습니다. 요청서에 간단한 이유, 그러니까 어떤 ‘처음’과 관련한 작품(혹은 굿즈)인지 설명해주시면 됩니다.


2. 선정 기준이 따로 있나요?

작품의 퀄리티를 판별한 눈이 저희에겐 없습니다. 다만 서랍 칸마다 다른 장르의 작품을 진열할 계획이기에, 겹치는 작품은 순서를 기다려주셔야 할 수도 있습니다. 판매 기회가 적은 분을 더 우대해드리려 하며, 지역성을 위해 춘천과 강원도 창작자 분들의 공간은 할당을 하겠습니다.


3. 가격 책정은 어떻게 하나요?

온전히 창작자께서 정해주시면 그 가격대로 팔아드립니다. 팔릴 경우 전액 송금해드리는 시스템입니다. 보내주실 때 택배비만 부담해주셔요. 혹시 손님이 ‘네고왕’이셔서 저희가 임의로 조금 깎아드렸다면, 차액은 첫서재가 (눙물 머금고)지불하겠습니다.


4. 판매 기간이 얼마나 되나요?

최대  달이 될 예정입니다. 진열장이 12칸뿐인 데다 저희 첫서재는 20개월만 문을 여는 팝업스토어기에, 그 사이 최대한 많은 창작자분들께 기회를 드리고 싶어서요.  달 내로 팔리지 않는 작품 혹은 굿즈는 반송해드리겠습니다. 다만 이럴 경우 반송 택배비는 첫서재에서 부담하겠습니다. 저희가 못 판 거니까요.


5. 기성품을 팔아도 되나요?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일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매장이나 온라인 스토어에 판매하는 제품이어도 괜찮아요. 보관하기 쉬운 작은 부피의 굿즈(책갈피, 엽서, 스티커 등)라면 2~3종류를 보내주셔도 됩니다. 다만 프로젝트의 의도에 맞는 핸드메이드 제품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무형의 작품(음원 등)일 경우에는 작품 설명이 적힌 종이를 진열해놓겠습니다.


6. ‘돈이 아닌 수수료’ 미리 내도 되나요?

아니 됩니다. 북스테이 ‘첫, 다락’과 마찬가지로, ‘5년 ’로 못 박겠습니다. 


7. 다른 주의사항은 없나요?

첫서재는 서향집이라 오후 내내 햇볕이 진열장을 비춥니다. 직사광선에 의해 쉽게 변질되는 작품이라면, 포장을 따로 해주시지 않는 한 받기가 어렵습니다. 혹시 동일한 작품을 여러 개 보내주신다면, 진열용 작품 하나는 직사광선에 변질될 것을 고려해주시면 됩니다.


이 정도의 조건에 동의하는 창작자라면 누구나 환영합니다. ‘내 작품을 돈 주고 사는 사람이 과연 있을지’ 스스로 의심하는 초보 아티스트들, 늦은 나이에 창작의 꿈을 키우는 창작어른들, 프로 예술가지만 새로운 뭔가에 도전해보려는 분들의 작품 모두 열렬히 반겨요. 혹시 자신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멋진 창작자를 알고 계시다면 널리 널리 알려주셔요 :)




다음은 ‘첫서재’의 마지막 프로젝트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서로 흩어져 사는 여러분의 ‘읽는 경험’들을 저희의 작은 공간을 통해 엮어보려 하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글을 확인해주세요.


(첫서재와 함께 하고 싶다면 여기~)


매거진의 이전글 돈 아닌 것들로 5년 뒤에 숙박비 받는 숙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