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님, 안녕하세요? 첫서재입니다. 보내주신 편지는 잘 보았습니다. K님의 편지는 세 통째네요. 다만 저희가 '보낼 수 없는 특정한 누군가'에게 보내야 한다고 매번 주지를 드렸는데도, 늘 자신에게, 혹은 불특정한 누군가에게 일기를 짧게 남기고 가셨지요.
K님. 저희는 이 프로젝트를 공짜 커피 이벤트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상엔 사무치게 그립지만 도저히 편지를 보낼 수 없는 누군가를 가슴에 품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닿을 수 없는 편지를 마음속에 무겁게 품고 사는 이들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기 위해 저희는 이 프로젝트를 마련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편지를 남기고 가시는 분들은 멀리서 이거 하나 보내기 위해 애써 와 주시거나, 몇 시간씩 머물면서 고심해서 쓰고 가십니다.
K님이 두 번째 편지를 남기고, 어머니가 첫 번째 편지를 남기고 가신 일주일 전을 기억합니다. 그때도 저희 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편지를 또 남기고 가셨지만, 어머님까지 모시고 오신 마당에 저희가 받아들이는 게 도리일 것 같아 따로 말씀을 드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두 분이 또 오셔서 이런 짧은 일기를 툭 남기고 음료 두 잔을 얼른 드시고 가시는 건, 애써 누군가를 위해 편지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저희의 의지를 한참 꺾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희가 K님의 입장을 다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을 터입니다. 아무쪼록 언짢은 마음 없으시길 바라며, 저희의 취지를 알려드리기 위해 이 메시지를 드렸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K님에게 직접 의사소통하는 방식이 가장 낫다고 생각했거든요. 축축한 날씨지만 좋은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 첫서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