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 변경, 그럼에도 무죄
추행죄를 입법한 목적은 ‘군대 내에서의 상호합의 하에 이루어지는 동성애적 성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것’에 있었다. 그와 같이 추행죄는 상호합의하에 이루어진 동성애적 성행위를 처벌하기 위하여 제정된 법률이므로, 그 보호법익도 개인의 성적 자유라는 개인적 법익이 아닌,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이 되었던 것이다.
바꿔 말하면, 일반 사회에서는 강제성이 수반되지 않은 동성애를 처벌할 이유가 없겠지만 군이라는 공동사회에서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었고 일반 사회와 다르게 군대에서는 동성애를 처벌하여야만 하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한 것이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였던 것이다. (주석 : 요즘 군대에서는 추행죄가 동성애자만을 처벌하고자 만든 법률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인권이 신장됨에 따라 동성애자들로부터 추행죄가 동성애자들의 성적 자유를 침범하는, 헌법상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법률이라는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62년에 추행죄가 입법될 때 군내 내에서 동성애자들의 성적 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것에 그 목적이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즉 보호법익 부분만 끌어내서, 강제추행 행위는 피해자의 성적자유를 침범할 뿐만 아니라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해치는 측면도 있으므로 후자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추행죄로도 처벌할 수 있다고 해석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삼단논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식의 논리라면 자기 아내가 강간을 당하였을 때 그 강간자와 아내를 간통죄로 고소하면 그 강간자와 자기 아내를 간통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법률이론이 가능해진다.
구 형법 제241조 제1항은 간통의 구성요건을 <배우자 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형법 제297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되어 있었다. 강간죄는 개인의 성적자유를 보호하기 위하여 입법되었고, 간통죄는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을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하여 입법되었다. 전자는 개인적 보호법익에 관한 범죄이고 후자는 사회적 보호법익에 관한 범죄이다. 따라서, 양자의 보호법익이 다르므로 강간자는 간통죄로도 처벌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좀 이상하지 않은가. 왜냐하면 강제로 성교하는 행위와 상호 합의 하에 하는 성교행위를 같이 취급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강간과 간통은 똑같이 성행위를 내포하고 있지만 같은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취지의 변론요지서를 제출한 후 선고기일이 지정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검찰관은 김갑돌에 대하여 별도의 죄를 추가하는 내용으로 공소장 변경을 하면서 공판재개 신청을 하였다. 깜짝 놀라 그 변경된 공소장의 내용을 확인하였다. 추가된 내용은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이었다. 그 조문의 구성요건은 <형법 제319조제1항(주거침입)의 죄를 범한 사람이 같은법 제298조(강제추행)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로 되어 있다.
김갑돌이 자기 생활관이 아닌 나순해의 생활관에 들어가서 강제추행 행위를 하였으므로, 또한, 근무시간 외에는 출입이 허락되지 않는 체력단련실에 들어가서 강제추행 행위를 했으므로 ‘주거침입한 후에 강제추행을 한 경우’에 해당된다는 것이었다. 이와 같이 공소장 변경을 한 것은 명백히 검찰관의 보복행위였다. 법률가가 치졸한 법기술자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공소장 변경이 되었으므로 다시 재판이 열렸다. 검찰관은 사전에 아무런 통보도 없이 재판 당일에 갑자기 나순해를 증인신청하였다. 강제추행 행위에 대해서는 김갑돌이 모두 자백하고 있으므로 증거조사를 할 필요가 없지만 주거침입의 점에 대해서는 김갑돌이 부인하고 있으므로 나순해를 증인신문 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였다. 나는 법정에서 거세게 항의하였다. 검찰관이 지적하는 주거침입의 점에 대해서도 사실관계에 있어서는 다툴 여지가 없고 오로지 법률판단의 문제만 남아 있기 때문에 나순해를 증인 신문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잠시 휴정하고 검찰관과 나를 판사실로 오라고 했다. 나는 도대체 나순해를 법정에 끌어 내 놓고 호기심 많은 군인들로 가득 찬 법정에서 이 사건 행위에 대하여 물어 보려는 검찰관의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군판사에게 말했다. 또한 피고인도 자기 생활관이 아닌 나순해의 생활관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사실, 밤늦은 시간에 아무도 없는 체력단련실에 들어간 사실을 다 시인하고 있는 마당에 나순해를 불러서 무엇을 입증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도 하였다. 재판부도 그 주장을 받아들여 나순해에 대한 검찰관의 증인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검찰관은 병사들은 취침시간 이후에 일체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 있고(따라서 그 규칙을 어기고 나순해의 생활관으로 들어간 김갑돌은 주거침입이라는 것이었다), 체력단련실에도 근무시간 외에는 출입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하여 그 날의 당직 장교를 증인신청하였고, 그 신청은 인용되었다.
재판이 재개되었고 현장에 미리 나와 있던 그 당직 장교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루어졌다. 변호인인 나는 사전에 전혀 통보받지 못하였으므로 - 이것은 말도 안되는 반칙행위이었다 - 반대신문사항도 준비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 당직 장교의 증언에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직 장교는 검찰관의 신문에 병사들은 취침시간 이후에 움직일 수 없다고 증언했다. 나는 정말로 병사들이 취침시간 이후에는 전부 시체처럼 가만이 누워 있느냐고 반대신문했다. 당직 장교는 아무 말도 못했다.
당직 장교의 증언이 끝나고 다시 심리 종결이 되었고 검찰관의 구형이 있었다. 검찰관은 김갑돌 같은 나쁜 병사가 있기에 군대 내에서 많은 병사들이 자살을 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징역 5년을 구형하였다. 자기에게 덤벼들면 이렇게 된다는 듯이 얼핏 회심의 미소를 짓는 듯 보였다. 물론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에 규정된 법정형은 무기징역 또는 징역5년 이상이기 때문에 5년을 구형하는 것에 법률상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법률이 판사에게 부여한 재량으로 판사는 법정형 최하한인 징역 5년에서 그 절반인 징역 2년 6월도 선고할 수 있기에 이 정도 사안이면 검찰관은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하는 것이 타당했었다. 나도 김갑돌의 행위 그 자체를 변호할 생각은 없었다. 김갑돌의 행위는 무조건 나쁜 행위다. 변론을 준비하면서도 진심으로 피해자에게 잘못했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김갑돌에게 몇 번이나 이야기 했다.
아무리 행위가 나쁘더라도 법률상으로 죄가 안된다면 무죄가 선고되어야 한다. 그것이 죄형법정주의의 정신이며, 죄형법정주의에 근거하여 무죄를 주장하는 것은 변호인의 의무이기도 하다. 그 변호인의 의무를 행하고 있는 나에게 보복차원에서 매우 중한 법정형이 있는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을 찾아내서 그것으로 추가기소한 검찰관의 용렬함에 기가 막혔다. 어린아이에게 큰 칼을 쥐어 주면 이런 일을 저지른다.
검찰관이 자살을 하는 병사가 많다는 것을 이 사건 구형의 이유로 삼은 것도 잘못된 것이었다. 이 재판이 있었던 날 바로 얼마 전에 그 유명했던 드라마인 ‘모래시계’의 PD가 서사를 받던 도중 자살했는데 유서에는 온통 담당 검사에 대한 원망이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그 검사가 정말 그 PD로 하여금 자살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것 하나만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검사들의 수사가 자살의 원인이 되었던 것처럼 일반화시켜 검사들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 아니지 않은가. 또한, 그런 비난이 정당하다면 당신이야말로 모래시계의 PD가 죽으면서까지 원망하는 바로 그런 검사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하고 싶었고, 그 말이 정말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나 김갑돌과 그의 부모님을 위해서 꾹 참았다.
다만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에서 주거침입 후 강제추행이라는 죄에 대하여 법정형을 그렇게 무겁게 정해 놓은 이유는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가서 강제추행을 하는 악질범을 엄중하게 처벌하기 위한 것인데 과연 이 사건이 그런 경우에 해당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간단하게 언급하였다.
법률적인 주장도 덧붙였다. 주거침입죄도 고의를 요하는 고의범이므로 피고인에게는 주거자의 의사에 반하여 들어간다는 고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피고인에게는 나순해의 생활관에 들어갈 때나 체력단련실에 들어갈 때나 주거자나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몰래 침입하고 있다는 고의가 전혀 없었다. 피고인이 주거권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때에는 구성요건의 내용이 되는 ’침입’에 대한 고의가 없으므로 결국 주거침입죄의 고의가 없었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검찰관의 추가 죄목에 대한 반박내용이 담긴 추가 변론요지서를 제출한 후 다시 선고기일을 기다렸다. 선고시간이 다가 오면 당사자는 물론 변호사인 나도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모든 신경이 그 선고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결과는 해피 엔딩이었다. 추행죄와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죄 모두에 대해서 무죄가 선고되었다.
지난 수십년간 검찰관들은 강제추행의 피해자가 고소 취소를 하면 피의자를 추행죄로 기소했고, 그러면 군판사들은 그 추행죄에 대하여 당연한 듯이 유죄를 선고해왔던 관행에서 벗어난 소신있는 판결이었다.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먼저 추행죄의 성립여부에 관하여 본다. 검찰관은 구 군형법(2013. 4. 5. 법률 제117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군형법’이라 한다)제 92조의 5에서 말하는 추행죄는 ‘군이라는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비정상적인 성적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지 개인의 성적 자유를 1차적 보호법익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사회적 법익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는 한 강제에 의한 추행이건 비강제에 의한 추행이건 구별할 필요가 없어 군형법상 추행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피고인(변호인)은 행위자들이 상호합의 하에 동성애적 성행위를 한 경우에만 군형법상 추행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한다.
생각컨대, 검찰관의 주장과 같이 군대에서 강제로 추행을 한 경우에 강제추행죄와 추행죄가 모두 성립하여 상상적 경합의 관계가 된다는 견해는,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개인적 법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강제추행죄가 성립하는 외에, ‘군대의 건전한 생활과 성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추행죄가 별개로 성립한다고 한다.
그러나, 군형법에서는 ‘군대의 건전한 생활과 성군기’를 특별히 보호하기 위하여 구 군형법 제92조의 2로 군인등강제추행죄(1년 이상의 유기징역)를 규정하여 일반 형법(제298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보다 가중처벌을 하고 있다.
이미 군형법이 ‘군대의 건전한 생활과 성군기’라는 법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군대에서의 강제추행을 가중처벌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행죄까지 성립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과잉처벌이라 할 것이다.
또한 구 군형법 제92조의 8은 군인등 강제추행죄 등을 친고죄로 규정하였는 바, 입법자는 군대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아니하면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입법을 하였다고 볼 것이므로, 피해자가 고소를 하지 않거나 고소취소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를 추행죄로 처벌하는 것은, 입법자가 군인등강제추행죄를 친고죄로 둔 취지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군대에서 강제로 추행을 한 경우에 강제추행죄와 추행죄가 모두 성립하여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가해자를 추행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견해는 타당하지 못하다.
판단컨대 형법 등에서 말하는 ‘추행’의 개념과 달리, 구 군형법 제92조의5에서 말하는 ‘추행’이라 함은 계간(항문 성교)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애 성행위 등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성적 만족행위로서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 2222 판결 참조)
따라서 추행죄가 규율하려는 행위는 합의에 의한 계간이나 이에 이르지 아니한 동성애적 성행위라 할 것이고, 이와 달리 강제로 추행을 한 행위는 군인등강제추행죄가 적용될 뿐 추행죄가 적용되지 않는다 할 것이다.
다음으로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죄 성립 여부에 관하여 본다. 위 죄가 성립하여 위해서는 ‘주거침입’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위 죄의 법정형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매우 무겁게 규정된 점에 비추어 범죄의 인정에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 생활관이나 체력단련실과 같이 일반적으로 출입이 허가된 장소에 들어간 경우에 주거침입이 되려면, 특별히 개인적으로 내려진 출입금지에 위반하였거나 침입방법 그 자체가 일반적인 출입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이어야 하고, 이러한 경우가 아닌 한 일반적인 출입이 허가되어 있는 장소를 불법한 목적으로 남용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주거침입이 될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에는 피고인의 주거침입에 관한 범의(고의)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한편 설령 피고인이 취침시간 이후에 체력단련실에 들어간 행위를 주거침입으로 볼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체력단련실을 관리하는 ‘당직사령’ 등에 대한 주거침입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피고인이 ‘피해자’의 주거의 평온을 침해하여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결국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군사법원법 제380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김갑돌, 김갑돌의 부모는 물론, 나 역시 뛸 듯이 기뻤다. 그러나, 당연히 검찰관은 항소할 것이고 이제는 고등군사법원의 재판에 대비하여야 했다. 몇 달 후에 용산에 있는 고등군사법원에서 재판이 열렸다. 고등군사법원에서의 검찰관은 1심에서의 검찰관과 달리 많이 인간적으로 보였다. 그렇다고 본인의 직무를 게을리 할 사람은 아니었다.그가 항소이유서에서 주로 지적한 사항은 1심에서의 검찰관의 주장과 똑같았다.
강제추행죄와 추행죄의 보호법익이 다르므로 별개의 죄가 성립한다는 것이었고, 그 동안 추행죄로 기소한 것에 대하여 모두 유죄가 선고되었는데 새삼스럽게 이 번의 1심 판결에서만 유죄로 선고되었는데 이는 법률상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취지였다. 또한 추행죄로 처벌하지 못하게 된다면 고소취소가 된 경우에 강제로 추행한 피의자는 처벌하지 못하고 서로 합의하여 동성애 행위를 한 사람은 처벌할 수 있게 되는 모순이 생긴다고 하였다.
나는 답변서에서 전자의 점에 관하여는 1심의 변론요지서 내용을 대부분 그대로 원용(援用)했고 후자의 점에 대해서는 아직도 검찰관이 친고죄의 의미를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공격했다. 강간이나 강제추행을 저지른 사람을 봐주기 위하여 친고죄 법리가 생긴 것이 아니다. 참담한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친고죄의 법리가 생긴 것이다. (주석 : 다만, 입법자가 강간이나 강제추행의 경우에도 더 이상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보다는 범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이 옳다고 의사를 바꾸게 되면 법률을 개정하여 친고죄를 폐지하게 된다. 실제로, 위에서 본 바대로 형법과 군형법은 개정되어 제는 더 이상 강간죄나 강제추행죄 모두 친고죄가 아닌 것으로 되었다)
이 사건의 피해자도 사건이 계속 진행되면 자신의 심적 부담이 더 커지게 될 것 같다는 이유로 고소를 취소하지 않았는가. 그 결과 검찰관이 지적하는 모순이 어쩔 수 없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검찰관은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죄에 대하여는 크게 다투지 않았다. 본인이 생각해도 제1심의 검찰관이 그 죄를 적용한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고등군사법원 재판의 선고기일이 다가 왔다. 사실, 나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고, 김갑돌과 그 부모에게도 제1심 판결이 파기되고 추행죄에 대하여 유죄 선고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였다. 바로 일주일 전쯤에도 강제추행 행위를 추행죄로 기소된 다른 사건에서 고등군사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전부 직업군인들인 군판사로 구성되어 있는 고등군사법원의 재판부에서 새삼 이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하여 지난 수십년간의 관행을 깨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반하여 제 1심의 재판부는 직업 군인이 아니라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법무장교들로 구성되어 있기에 신선한 판결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기대를 가졌지만, 아니나 다를까 고등군사법원에서는 추행죄가 성립된다며 제1심 판결을 파기하였고, 김갑돌에 대하여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였다. 다만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죄에 대해서는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그리고, 이 점에 대하여 검찰관은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음으로써 그 부분은 무죄로 확정되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