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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 변호사 Jul 22. 2021

사점(死點)과 휴식

육체활동과 정신활동의 유사점

장거리 달리기를 한 적이 있다. 20km를 뛰는 단축 마라톤 대회에도 참석했고, 매달 20~25km 뛰면서 1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는 국토종단 달리기를 8개월간 한 적도 있다.


장거리 달리기를 해 본 사람은 누구나 알겠지만 달리다 보면 사점(死點, dead point)이 온다. 더 이상 뛸 수 없을만큼 호흡이 가빠진다. 몸 속에서 필요로 하는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 이른 것이다.


사점이 올 때는 두가지 선택이 있다. 멈추는 것, 그래도 참고 한 번 가보는 것.


멈추면 심폐능력은 늘지 않는다. 항상 그 지점에서는 사점이 온다. 10km 지점에서 사점이 오고 그 때마다 걷는다면 그 사람은 10km 이상 뛸 수가 없다.


사점이 왔을 때 견디고 계속 뛰면 어느 순간 신기하게도 다시 호흡이 돌아온다.


근력운동을 할 때도 그런 순간이 온다. 사점을 근육운동에 유추적용하면 더 이상 그 무게를 견뎌내기 힘든 순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들 수 있는 중량을 초과한 경우도 있고 반복횟수의 한계에 도달한 경우도 있다. 이 때도 그 순간 포기하면 들 수 있는 무게는 거기까지고, 반복할 수 있는 회수도 거기까지가 된다.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하면 하루종일 탈 때가 있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은 아니므로 숨이 가빠지지는 않지만, 지친다. 봉크(bonk)가 왔다고 흔히 표현한다. 봉크 상태에서는 집중을 하지 못하므로 계속 달리다가는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다. 그늘을 찾아 쉬어야 한다. (여담이지만 자동차 운전할 때 너무 졸리면 갓길에 차를 세우고 잠깐 눈을 붙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그 때마다 갓길이 없다. 마찬가지로 뜨거운 여름날 국토종주를 할 때 그늘 한 점 찾을 수 없을 때가 자주 있다.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이렇게 지쳐서 남은 거리를 어떻게 갈 수 있을지 걱정하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쉬고 나면 희한하게도 다시 힘이 생긴다. 그래서 완전 방전이 되기 전에 쉬어야 한다.


정신활동도 육체활동과 비슷하다. 집중이 되지 않는 순간이 온다. 그 때마다 딴 짓을 하면 집중력은 딱 거기까지 뿐이다. 참고 견디면 집중력의 지속시간도 점점 는다.


중간에 휴식은 필수다. 의자에서 일어나서 근처를 한 바퀴 돌고 오면 다시 정신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요즘은 너무 덥다. 방금 사무실 주변을 걷고 오려고 나섰다가 화들짝 놀라서 다시 들어왔다. 덥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 뜨겁다. 육체노동을 하지 않고 밥벌이를 할 수 있는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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