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 변호사 Sep 07. 2021

노인과 가성비

선택과 집중

개인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 자원은 돈과 시간이다.


돈과 시간이 무한하다면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고, 어떤 게으름도 허용될 것이다. 그러나 돈과 시간은 제한되어 있다.


누구나 죽음은 피할 수 없으므로 세월이 흐를수록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해진다. 극소수에 해당하는 대단한 부자들은 예외이지만 대부분은 나이가들수록 돈 벌기 어려우므로 돈도 부족해진다. input은 줄어 들거나 없고 output은 고정된다면 돈은 줄어드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노인이 되면 둘 다 할 수 있는 시간이 없고, 둘 다 가질 수 없는 돈이 없기 때문에 시간과 돈의 가성비를 따져야 한다.


가성비를 따질 때 제1원칙은 그것이 내게 주는 효용이다. 효용의 내용은 여러가지다. 즐거움도 효용의 일종이다. 즐거움은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것과 지속적인 만족을 주는 것이 있다. 멍하게 텔레비전 보는 것, 술을 마시면서 수다를 떠는 것 등이 전자다. 몸을 단련하고 무엇인가를 더 알아가고 자기를 통제할 줄 아는 것은 후자다.


전자도 중요하고 의미있다. relaxation은 잠과 마찬가지로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비중을 높여가야 하는 것은 후자다. 후자는 의식적으로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다. 영화로 비유하자면 러닝 타임 내내 재미있지만 의미없는 영화가 있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 울림이 있는 영화가 있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추리소설 같은 장르소설은 전자이고 정통 문학작품은 후자다. 불행하게도 후자에 해당하는 영화나 소설은 재미없을 때가 많으므로 본능적으로 피하게 된다.


노인은 젊은이보다 현명하다고들 한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소리다. 복잡하고 변화가 심한 이 시대를 살기 위한 최신 지식은 젊은이들이 당연히 많이 가지고 있다. 지식이 곧 현명함이다. 지식과 지혜를 구별해야 한다는 말장난을 하지 않는다면.


노인이 젊은이보다 현명한 부분은 자신을 더 잘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월은 경험을 주고, 경험에서 얻는 것은 통찰력이다. 통찰력은 자제력을 준다. 결과가 보이기 때문이다. 자기의 능력(분수)도 파악했고, 노력은 해야 하지만 결정은 운이 해준다는 사실도 받아 들이게 된다. 그래서 헛된 욕심을 품지 않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가성비를 따질 때 제2원칙은 자신의 현재 자원 보유량, 그리고 향후 예측되는 입출고량을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늘 모자란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고 오늘만 사는 사람도 있다. 핸드폰 배터리 충전을 하는 습관에서도 그것을 알 수 있다. 수시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사람도 있고, 마지막 순간에 가서야 충전하는 사람도 있다.


이 정도 배터리 보유량이라면 몇시간 정도 핸드폰을 쓸 수 있고, 자기가 충전하기 전까지 핸드폰을 얼마만큼 사용할 것인지를 예상해서 거기에 맞춰서 충전 여부를 결정한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돈과 시간에도 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무턱대고 아끼는 것도, 아무 생각없이 쓰는 것도 둘 다 좋지 않다.


돈이 주는 즐거움은 대체로 즉각적인 만족이다. 모든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가졌으면 하고 바라는 이유다. 그렇지만 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


지속적인 만족을 얻기 위해서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일정 수준 이상에 올라가야 제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수준 이상에 올라가도 몸이 느끼는 즐거움의 관점에서 보면 즉각적인 만족을 이기기는 힘들다. 그러나 지속적인 만족을 누리기 위해서 많은 돈이 필요하지는 않다. 희귀장서가 아니라 읽기 위한 책이라면 비싸봤자 한 끼 잘 먹는 식사값도 안된다.


지속적인 만족 보다 더 큰 차원의 목표를 가진 사람도 있다. 의미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이다. 세속적인 기준에서 보면 고통스런 삶일 수도 있지만 본인 스스로는 한 번 사는 인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강요를 당해서가 아니라 자기가 선택해서 그런 삶을 지향한 것이라면 그것도 괜찮은 삶이라고 본다.

작가의 이전글 사점(死點)과 휴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