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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 변호사 Mar 24. 2022

닥치고 시작

-. 길을 모를 떼

학생 때나 고시공부 할 때는 목적지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깃발이 꽂혀 있는 도착점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은 수시로 들었다. 계속 가는 것이 때로는 힘들었다. 그러나, 길은 분명했다. 그 길로 죽 가면 되는 것이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여러 갈래의 길 앞에 서게 된다. 검사를 하는 동안에는 변호사를 개업할까, 말까, 개업한다면 어디서 할까, 혼자서 법률사무소를 차릴까, 아니면 로펌에 갈까 등등의 선택지를 놓고 때때로 갈등하였다. 선택이 어려운 이유는 장점과 단점이 패키지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좋은 것만 차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60세가 넘으면 더욱 길이 복잡해진다. 있는 돈 아껴 가면서 조신하게(또는 소심하게) 살까, 아니면 아직도 생생한 나이니까 도전을 멈추지 말까.


목적지가 있고 그 목적지로 헤매지 않게 데려다주는 지도가 있다면, 학생 때처럼, 고시생 때처럼 단지 하루를 성실하게만 살면 된다.


그러나 60대의 삶에서는 목적지를 어디로 정해야할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를 도무지 모르겠다.


결국 방법은 하나로 귀결된다. '닥치고 시작'이다. 운동이든, 일본어공부든, 글쓰기든 그것이 생산적인 일이라면, 왜 이것을 해야 하는지 의구심을 가질 필요 없다. 어느 길로 갈까 고민하는 시간에 그냥 냅다 출발하는 것이 정답이다.


당구대 안에서 공을 10바퀴 돌릴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어느 공이든 맞출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이 맞다면 인생살이도 마찬가지다. 어느 길로 가든 일단 출발을 하고 계속 정진하면 된다.


목적지는 사실 없을 수 있다. 목적지에 도달한다고 해도 별 것 아닐 수 있다. 더구나 최종목적지는 인간이면 누구나 다 '죽음'이다. 인류역사상 유일한 예외가 예수 그리스도인데 그래서 기독교를 믿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 그래서 기독교를 우습게 아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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