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꼭 있어야 해?
친구에게 물었다.
"야, 너는 요즘 삶의 낙이 뭐야?"
한숨 푹푹 쉬며 무거운 마음을 애써 가볍게 만들어 내뱉었다.
그러자 친구가 무미건조한 말투로 말한다.
"삶의 낙이 꼭 있어야 해? 지금 즐거우면 됐지"
하루를 살면서 듣는 수많은 말 중에서도 유독 내 마음에 들어가 앉는 말이 있다.
친구로부터 들은 대답이 그랬다.
우리는 오래간만에 모여서 치킨, 딸기, 포트와인, 초코샌드,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과 글라스데코, 쿠키 만들기 세트를 사 들고 친구의 원룸에 앉아 1차로 치킨을 먹으면서 포트 와인을 마시던 중이었다.
쿠키 만들기에 대한 설렘, 처음 맛보는 포트 와인의 달달함, 언제 먹어도 맛있는 아웃닭 치킨, 이 새벽에 잔뜩 쌓여있는 콘텐츠들에 대한 두려움 반 설렘 반. 갖가지 감정들이 섞여 있는 순간이었지만 중요한 건 기분이 좋았다는 사실이다. 친구가 대답하던 순간, 그 순간에 나는 분명히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하지만 평소에 마음 한편에 크게 자리 잡은 고민이 그 기분을 뒤덮어버리는 바람에 나는 그 기분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던 것이었다.
삶의 낙이 있어야 하나? 지금 즐거우면 됐지.
친구의 말을 듣고서야 명확해졌다. 삶의 낙을 찾아 헤맨다는 것은 결국 지금에 집중하기보다는 더 나은 내일, 다음 순간, 미래를 생각하는 행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미래를 걱정하고 두려워하면서 지금 용기를 잃는 것은 내가 아주 오래전부터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해오던 부분이다. 노력을 해도 가끔은 생각의 전환을 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감정에 깊이 빠져버릴 때가 있다. 요즘이 그랬었는데, 지금의 즐거움을 누렸으면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하는 친구의 마인드처럼 생각하니 다시금 지금의 내 삶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감정에 충실하고, 나중에 펼쳐질 일에 대한 걱정은 미뤄둬. 그것만큼은 미뤄도 되니까.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휩싸여서 지금이라는 기회에 뛰어들 용기를 잃지 말기로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