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카이 네 번째 아침

by 이남경

12/28

— 07:02 AM

오늘 아침은 맑다. 길고 가늘게 늘어진 구름 사이로 햇살이 들어온다. 어제와는 또 사뭇 다르게 밝은 느낌이다. 그래서인가, 평소보다는 이른 6시 반에 눈을 떴다. 마침 오늘은 컨디션도 좋다. 저 멀리 있는 키홀에 산책을 나가봐야지 마음먹고 나갈 준비를 했다. 다녀오겠습니다~!


— 09:43 AM

키홀 구경 후 숙소로 돌아와 짐에서 스쿼트까지 하고 조식을 먹으러 왔다. 배를 둥둥 두드리며 식당을 둘러보는데 어제랑 다르게 인종이 다양해진 게 보인다. 서양권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동아시아권 사람들은 우리 테이블 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보라카이는 동아시아에서 가까운 휴양지라 많을 줄 알았는데 신기하다. 세계 각국에서 찾아오는 휴양지인가 보다.


— 04:31 PM

좀 전에 테라스에서 백만프 마지막 모임 콜을 마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편의점에서 사 온 가장 저렴한 병맥과 중간 사이즈 하리보 한 봉을 뜯었다. 산미구엘 병맥이 44페소였던가. 한화로 하면 1200원 정도다. 어쨌든 저 멀리 바다를 보며, 맥주 한 모금에 하리보 한 점을 질겅질겅 씹었다. 행복 그거 여기 있네! 잠깐이지만 걱정도 없고 하릴없이 테라스에 앉아 젤맥을 마시는 이 순간이 내게 큰 힐링을 안겨 주었다.


오늘은 다시 읍내로(?) 나가서 크랩을 먹고 바에 가보기로 했다. 오늘을 잔뜩 의미 부여해보자면, 2024년의 마지막 토요일이다. 이런 날엔 한 잔 빠라삐리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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