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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효진 Mar 07. 2018

아는 만큼 보이는 미국의 간판

디자이너의 미국 라이프스타일 리서치

거리에서 보이는 간판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 나라의 문화와 사람들의 생각이 보입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미국의 간판을 소개합니다. 


1. 오래된 할리우드 영화를 연상시키는 네온 간판


초저녁 포틀랜드 거리를 걷다가 네온 조명의 영화관 간판을 발견했다. 현재는 Star Theater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1911년에 Princess Theatre라는 이름으로 개관해 무성영화를 상영했던 역사적인 영화관이었다. 네온 간판은 1920년대에 처음 미국에 소개된 후 유연성과 가시성 때문에 인기를 끌어 1930년대에 이르러 최신 건물들의 기본 요소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링크). 이 간판을 보며 필자는 오래된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필자의 미국인 친구는 이런 간판을 보면 옛날 느낌(old school feeling)이 든다고 전했다. 

(저녁에 불을 밝힌 Star Theater 간판 © 남효진)


2. 애국심을 엿보게 하는 간판

애틀랜타 근교 도라빌(Doraville)에 있는 쇼핑단지에 장을 보러 갈 때마다 지나게 되는 브랜드마트 USA(BrandsMart USA) 매장은 간판과 파사드의 강렬함 때문에 멀리서부터 눈에 띈다. 브랜드마트 USA는 미국 남부 조지아주와 플로리다주에 매장들을 가진 가전 및 전자제품 상점이다. 파사드의 간판과 색상은 미국 국기를 연상시킨다. 미국 안에서 미국 국기와 국기 패턴을 활용한 장식들을 자주 보게면서 이 나라 사람들의 애국심을 일상에서 느끼게 되는데, 이 상점의 간판은 그 무엇보다 압도적이다.


(BrandMart USA의 Doraville 매장 © 남효진)


3. 운전자를 향한 간판


애틀랜타의 더바시티(The Varsity)는 드라이브인(Drive-in) 레스토랑이다. 고객들이 차를 탄 채로 줄을 서서 스피커폰으로 주문을 하고 앞으로 이동하여 음식을 받아 떠나는 드라이브 쓰루(Drive-through) 레스토랑과 다르게, 드라이브인 레스토랑에서는 차를 타고 온 고객들이 차에 다가온 직원에게 주문을 한 후 음식을 받아서 주차한 상태로 차 안에서 음식을 먹는다. The Varsity가 문을 열었던 1928년은 1908년 미국 포드자동차의 Model T를 시작으로 미국에서 자동차들이 대량 생산, 판매되기 시작한 때로부터 20년이 지난 시점이었고, 1950~1960년대 당시 더바시티의 주차장은 사람들이 친구들을 만나고 데이트를 하는 핫플레이스였다고 한다(링크). 지금의 더바시티는 과거의 인기를 자랑하는 지역명소 같은 곳이지만, 미국에서 자동차의 의미를 엿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장소라 할 수 있다. 더바시티의 간판은 건물의 앞면이 아니라 옆면에 달려서 도로에서 차들이 진행하는 방향을 바라본다. 도로의 표지판과 같은 배치 방식이다.


(사진 출처. 왼쪽 - The Varsity 홈페이지  / 오른쪽 - http://www.exploregeorgia.org)


4. 문화를 알아야 그 이상을 이해할 수 있는 간판


포틀랜드의 거리를 걷다 Mary’s Club이란 곳을 지났다. 밝은 지역이 아니라 긴장하며 서둘러 걸었다. 그런데 길모어 걸스(Gilmore Girls)란 미국 드라마에서 고등학생 로리가 사립학교로 전학을 왔을 때 같은 반 남학생이 로리를 메리(Mary)란 이름으로 짓궂게 불러 로리가 괴로워하던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찾아보니 Mary’s Club은 포틀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스트립클럽이다. 그리고 Mary는 독실한 기독교 신앙의 상징적인 이름으로 1960년대에 여자아이들 이름으로 가장 인기가 있었으나 이후 개인주의가 대두되면서 선호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링크). Mary란 이름이 성적인 의미를 갖는 hairy Mary(여성의 질을 의인화)란 표현을 연상시켜 아이가 놀림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링크). 스트립클럽이 선택한 Mary는 그냥 Mary가 아니었다.


(사진 출처. 왼쪽 - Wikipedia 내 Mary’s Club  / 오른쪽 - http://hotspotsportland.com)


5. 미국인들에게 설명이 필요한 상점의 간판


오레곤주의 소도시인 힐스보로(Hillsboro)에서 발견한 태권도 학원의 이름은 The School of Respect였다. 상점 위에 간판을 달 곳이 마땅치 않은 건물이어서 전면 창 전체가 간판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Respect란 단어와 으르렁거리는 호랑이의 이미지를 통해 미국에서 태권도 학원의 포지셔닝을 짐작할 수 있다. 


(The School of Respect 태권도 학원 전면 © 남효진)


6. 색으로 자극하는 간판


아이스크림은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디저트다(링크). Jeni’s Splendid Ice Creams는 예술을 공부하고 향수 블렌딩과 에센셜 오일 수집을 취미로 하던 이가 설립했다는 아이스크림 브랜드답게, 맛과 향을 연상시키는 색상의 간판으로 사람들을 자극한다. 종이통에 담긴 진한 오렌지 (juicy orange) 아이스크림을 연상시키는 간판이 있는 가게 안에는 늘 사람들이 줄 서있다.  


(Atlanta 내 Westside Provisions에 위치한 Jeni's Ice Creams 매장 © 남효진)


7.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로운 간판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내세우고 싶은 곳이라면 정형화된 간판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 애틀랜타의 둘레길인 벨트라인(Belt Line)에 붙어 있는 Inner Peace & Wellness Center는 적외선 사우나, 마사지, 침, 최면, 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이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가족, 친구와 개를 끌고 산책이나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탄다.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더 좋은 휴식을 광고하는 곳인 만큼 간판도 광고도 자유롭다.


(Atlanta 내 벨트라인 옆에 위치한 Inner Peace & Wellness Center의 전면 © 남효진)


8. 개인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입간판


걸어서 다니기 편한 도시인 포틀랜드에서는 길마다 입간판이 많다. 특히 수시로 조합이 가능한 Sign Letters를 이용해 목소리를 전하는 입간판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알록달록한 풍선을 매단 입간판도 자주 눈에 띈다.


(포틀랜드 거리에 있는 간판들 © 남효진)


9. 표지판 같은 간판


표지판 같지만 서비스를 위한 간판이다. 도시의 주차장 곳곳에서 Zipcar의 주차장소를 알리는 간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서비스의 장소가 건물이 아니라 주차장이 되면 간판은 주차장에 세워진다. 


(GeorgiaTech 주변 주차장에 세워진 집카 간판 © 남효진)


10. 샐러드 보울(Salad Bowl)의 단면을 보여주는 간판


샐러드 보울(Salad Bowl)은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함께 사는 미국 문화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애틀랜타의 교외에 있는 쇼핑단지 중 하나인 Orient Center의 입구에 서있는 간판에서 단지 내에 입점한 상점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간판을 통해 이 단지에 찾아올 다양한 사람들을 짐작해볼 수 있다.


(Atlanta 근교 Doraville에 있는 쇼핑단지 입구 간판 © 남효진)




‘크로씨(Crossee)’는 한국-이태리-싱가포르를 거쳐 미국에 살고 있는 남효진, 한국-영국-스웨덴-에티오피아를 거쳐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차민정, 한국-영국을 거쳐 일본에 살고 있는 박혜연, 한국-핀란드-한국을 거쳐 다시 핀란드에 살고 있는 이방전, 이 네 명의 디자이너가 함께 하는 디자인 리서치 플랫폼입니다. 미국, 싱가포르, 일본, 핀란드에서 현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환경과 그 이면, 당연하게 이용하는 인프라와 새롭게 떠오르는 서비스 등에 대해 네 명의 디자이너가 각자의 고유한 목소리로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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