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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효진 Apr 21. 2021

온오프라인이 하나로 - 2) 온라인 상담

헬스케어디자이너가 미국에서 눈여겨본 일곱 가지

미국에서 코로나가 유행하기 직전 태어난 아이를 데리고 영유아 검진(Well-child visit)을 다니고 진료를 받으면서 미국의 헬스케어 서비스들이 코로나로 인해 어떻게 달라지는지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다.


화면. KP 환자 포털 내 화상 진료 대기 화면


KP는 아이가 태어나면 생후 3~5일, 7~14일, 2/4/6/9/12개월, 15~18개월, 이후 17세까지 매년(단, 6~10세는 6, 8, 10세로 2년 간격) 정기 검진을 받도록 한다. 동네의 KP 메디컬 센터에서 아이의 2개월 차 검진을 받은 후 미국의 코로나 유행이 본격화됐다. KP는 내가 미리 예약해둔 4개월 차 검진을 취소하고 예방 접종을 받아야 하는 어린아이들이 보다 안전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알려왔다. 워싱턴주에 외출 통제령이 내리자 집 앞의 큰 도로에는 차들이 거의 사라지고 Amazon Prime, UPS, Fedex 같은 배송 차량들만 눈에 띄게 늘어났다.


몇 주 후, 아이의 4개월 차 검진은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옆 동네의 KP Medical Center에서 간호사를 만나 신체계측과 예방접종을 먼저 하고 이후 소아과 의사와 온라인으로 만나는, 2차에 걸친 일정으로 진행하도록 연락을 받았다. 임시 폐쇄 안내문을 내걸고 소아과 예약 환자만 비밀스럽게 출입하는 건물의 주차장에 도착해 미리 안내받은 전화번호로 연락했다. 간호사가 내려와 나와 아이의 체온을 검사한 다음 진료실까지 에스코트한 후 신체 계측과 예방접종을 진행하고 다시 주차장까지 에스코트했다. 마치 아이 하나를 위한 비밀 작전 같았다.


사진. 오프라인으로 신체계측과 예방접종을 마친 후 또 다른 날 온라인으로 상담을 받은 4개월 차 영유아 검진.

이후 살고 있는 동네의 KP 메디컬 센터가 다시 문을 열었다. 코로나 유행 초기에 일부 시설을 폐쇄하고 대면 진료를 최소화하며 직원들을 재배치하고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한 KP의 변화가 온오프라인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듯했다. 나 역시 외출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꼭 필요한 진료를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나름의 원칙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이전에는 당연히 클리닉을 방문해 해결했을 상황을 안전과 필요와 편의와 비용에 따라 대면 진료(Office visit)와 온라인 진료(Virtual office visit) 중에서 선택하게 되었다. 참고로, 내가 가진 건강보험은 일차의료 의사와의 대면 진료 1회 당 $20의 본인 부담금(co-pay)을 부과하나, 같은 의사를 온라인으로 만나면 별도의 비용을 부과하지 않는다. 단, 신체계측과 예방접종 때문에 오프라인 방문을 생략할 수 없는 아이의 영유아 검진은 오프라인 방문으로 한 번에 해결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 유행 이전에도 원격 의료(telemedicine 또는 telehealth)가 합법적으로 제공되기는 했으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서비스는 아니었다. 각 주(state)와 건강보험사들마다 원격 의료에 대한 정책이 달라 환자들은 어떤 서비스가 보장되는지 알기 어려웠고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자들은 어떤 규정을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었다. 또한 헬스케어 시스템들이나 서비스 제공자들이 원격 의료에 투자하고 지원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다 코로나의 유행으로 인한 비상 상황에서 원격 의료에 대한 제한들이 일시적으로 완화되고 많은 주들에서 건강보험이 원격 진료도 대인 진료와 동일하게 보장하고 동일한 비용을 지불하도록 의무화하면서 원격 의료가 주류 서비스로 급부상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보건복지부인 HHS(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는 원격 진료에 대한 HIPAA(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 의료정보 보호에 관한 기본법)의 시행을 면제해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자는 당분간 전화, Zoom, Facetime과 같은 일반적인 기술을 이용해서 원격 진료를 제공할 수 있다. 미국 법무부 산하의 마약단속국(DEA, 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은 이전에는 관리대상 의약품들을 처방하기 전 대면 진료를 하도록 요구해 이들 약품의 처방을 위한 원격 진료를 제한했으나, 코로나 유행 동안 DEA에 등록된 의료서비스 제공자들이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대면 진료 없이 원격 진료를 통해 관리대상 의약품들의 처방전을 발급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해당 주에서 면허를 취득한 사람만이 그 주에서 원격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는 규정을 거의 모든 주에서 일시적으로 면제해, 다른 주의 면허를 가진 제공자에게도 원격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맥킨지의 2020년 4월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미국 내 소비자들의 원격 의료 이용률은 11%였으나 코로나 유행 후 46%로 증가했다.


미국에서 원격 의료는 코로나 유행 중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많은 의료진과 환자들이 원격 의료의 편리함에 익숙해지고 소비자들의 선호도도 계속 진화하면서 원격 의료 또는 virtual health가 앞으로의 헬스케어 서비스 이용에 더욱 깊이 포함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원격 의료의 대대적인 수용과 전환이 미국의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며, 복잡한 이슈를 가진 환자는 의사를 여전히 직접 만나서 진료를 받고 싶어 하겠지만 코로나를 통해 대세가 된 원격 의료의 트렌드는 돌이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들에서 원격 의료의 달라진 위상을 느낄 수 있다. (참고. Health Care After COVID: The Rise of Telemedicine | Health News (US News, 2021/1/5), Opportunities and Barriers for Telemedicine in the U.S. During the COVID-19 Emergency and Beyond (KFF, 2020/5/11), Telehealth: A quarter-trillion-dollar post-COVID-19 reality? (McKinsey & Company, 2020/5/29), How business leaders can plan for the next normal  (McKinsey, 2020/4/14))


온오프라인의 진료를 함께 이용하는 이상적인 환경은 환자에 대한 의료 기록을 확인하고 의료진과 이메일로 연락할 수 있는 환자 포털에서 원격 진료의 예약과 실행은 물론 원격 진료의 내용과 비용을 확인하고 지불 기능까지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또한 원격 의료 사용 확대에 따라 서비스 모델을 다시 설계하고 온라인 진료와 대면 진료를 제공하고 관리할 충분한 의료진과 직원도 필요하다. 내가 이용하는 KP 뿐만 아니라 Cleveland Clinic, Mount Sinai, Jefferson Health, Providence와 같은 대규모 헬스케어 시스템들에는 코로나 유행 이전에 이미 원격 의료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다. 코로나 유행 이후 케어와 상담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이동해왔지만 이미 준비되어 있던 환자 포털 위에서 원격 진료와 온라인 서비스들이 보다 편하게 이용될 수 있도록 전면에 배치되고 조정되는 과정이 매끄러웠다. (참고. Opportunities and Barriers for Telemedicine in the U.S. During the COVID-19 Emergency and Beyond (KFF, 2020/5/11))


KP는 이제 환자 포털에서 보여주는 케어 옵션들 중 Virtual Care 옵션을 대면 진료(In-person Care) 옵션보다 먼저 보여준다. Virtual Care 옵션은 (1) 증상과 병력에 관한 질문들에 답을 한 후 즉각적인 조언을 받거나 2시간 내 메일로 처방이나 다른 지시(order)에 대해 연락을 받는 E-visit, (2) 담당 의사와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는 Secure messaging, (3) KP 소속 상담 간호사(consulting nurse)에게 채팅이나 전화로 언제든(24/7) 상담을 받는 Consulting nurse 24/7, (4) KP 소속 의사/NP/PA에게 언제든 채팅으로 상담을 받는  Care Chat with a provider 24/7, 그리고 예약 후 진료를 받는 (5) 화상 진료(Video Visit)와 (6) 전화 진료(Phone Visit)가 있다. In-person care 옵션은 (1) 예약 후 클리닉을 방문해 이용하는 대면 진료 In-person visit, 그리고 (2) 생명이 위협받지는 않으나 바로 치료가 필요할 때 예약 없이 어전트 케어 센터(Urgent Care Center)를 바로 방문해 이용하는 어전트 케어(Urgent care)가 있다.


화면. 2021년 4월 현재 KP의 환자 포털 내 Virtual Care 옵션

화면. KP의 환자 앱 내 진료 일정 목록 화면. 앞으로 예약된 진료 일정과 함께 대면 진료, 화상 진료, 채팅 상담 등 이전 진료의 의무 기록과 진료 후 요약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내의 모든 헬스케어 서비스들이 이와 같이 온오프라인이 통합된 환경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코로나의 유행이 시작될 때, 많은 시스템들은 원격 의료 인프라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재정적 한계로 인해 원격 의료에 투자하지 않고 있었다. 장기적으로 원격 의료를 계속 제공하려면 원격 의료 관련 규제가 다시 엄격해질 것에 대비하여 투자에 나서야 한다. 소규모 비즈니스에서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참고. Opportunities and Barriers for Telemedicine in the U.S. During the COVID-19 Emergency and Beyond (KFF, 2020/5/11))


코로나의 유행은 미국에서 헬스케어 서비스가 기술의 활용으로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사람들이 직접 경험하는 계기가 되었다. 클리닉이 여는 시간을 확인하고 전화를 해서 긴 메뉴를 들은 후 담당자와 통화하거나 음성 메시지를  남기는 일을 오랫동안 어쩔 수 없이 해온 사람들에게, 진료를 받기 위해 휴가를 내고 교통수단과 아이를 대신 돌봐줄 사람을 찾아야 했던 사람들에게, 몸이 아픈 상태에서 진료를 받은 후 다시 차를 몰고 약국으로 이동해 약을 사야 했던 사람들에게 더 이상 그런 불편을 감수할 필요가 없음을 알게 해 주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보다 나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의 서비스를 통합한 상호작용 도구를 제공하는 일이 이제 차세대 산업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고 있다. (참고. Industry Voices—From millennials to boomers, digital patient care is key (FierceHealthcare, 20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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