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우 Mar 15. 2022

좋은 사람 있겠지

멈춘다고 죽지는 않던데

가까운 사이일수록 소중하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하찮다.


아마도 나는 친구들을 이렇게 대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그들 역시 나를 그렇게 보고 있다.


하찮게 생각하지만 함부로 대하지 않는 사이, 어릴 적 일상을 추억으로 함께 기억하는 사이.


많은 친구들이 있었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부자연스럽게 멀어지기도 했다.


애를 써야 유지가 되던 관계도 있었는데, 들인 공이 무색하게도 이제는 친구라고 말할 수 없는 남이 되었다. 써놓고 보니 의도가 있는 사이었나 보다. 나부터도 상대에게 좋은 친구는 아니었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일상을 함께했던 친구들은 여전히 내 곁에 있다.


물론 자신의 일이 생기고, 가정이 생기고, 각자 바쁜 삶을 사느라 자주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들은 나의 친구임이 틀림없다.


힘들일이 있을 때, 전화를 걸어 속이야기를 터놓을 수 있는 사이라 고마웠다.


나의 흠을 꺼내놓아도 흠으로 여겨지지 않아 좋았고, 막상 꺼내놓고 보니 그것이 나의 상처였음을 깨닫게 되어 좋았다.


분명 처음부터 흠은 아니었을 것이다. 상처를 내어놓고, 서로를 위로하며 우정을 단단히 다지던 그들이 남이 되 순간 내 상처가 흠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몇 번의 반복으로 인간관계의 폭이 좁아졌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마음에 든다.


자주 볼 수 없지만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니까. 그들과도 보이지 않는 거리를 두며 살고 있지만 가족보다는 멀고, 동료보다는 가까운 그 거리가 좋다.



나는 언젠가부터 쫓기는 사람처럼 안절부절못하는 감정이 들었다. 너무 찰나의 감정이라 이것을 안절부절이라고 표현할 수 있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아마도 이 감정은 나이와, 결혼 또는 연애, 타인의 참견 이 세 가지의 조합으로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결혼이나 연애가 딱히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나이가 더 많아지면 하고 싶어도 하기가 어렵다는 그들의 걱정스러운 말들을 귓등으로 흘려들은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나는 그들의 말을 신경 쓰고 있었다.


몇 번의 소개팅. 하지만 연애로 이어지진 않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서로를 탐색해나가는 대화들이 새로웠지만 즐겁지는 않았다.


낯을 가리고 침묵의 시간을 견디기 어려운 어울리지 않은 조합을 성격으로 가진 내 입은 내 감정을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수다쟁이처럼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들을 쏟아내고 돌아오는 길은 '지친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자연스러운 만남을 선호하던 내가 나이에 짓눌려 소개팅을 하는 것도 퍽 우스웠다.


한 친구와 대화하던 중 "너한테도 좋은 사람 있겠지"라는 말을 들었다. 매번 서로를 하찮게 여기기에 급급했던 지라 그 친구의 말에 하찮은 대답을 했지만 무심하게 툭 던져진 그 말이 마음을 건드렸다.


좋은 사람이 생길지 생기지 않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지나고 봐야 알게 되는 것들일 테니.


하지만 이 말은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이었다.


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하면 된다.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되는 말들에 휘둘리고 행동하 하고 싶은 건 없는데 불안해 뭐라도 시도하 상태에서는 벗어난 것 같아 다행이다.


친구 덕분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역시 친구는 좋다.







작가의 이전글 억지로 무얼 하지 않아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