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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야 Apr 17. 2022

할 게 없어서

멈춘다고 죽지는 않던데


이번 주의 주말이 참 여유롭다.


전주에는 조카들이 놀러 와 정신을 쏙 빼놓고 가 지금의 여유가 참 소중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난 계획형을 가장한 즉흥적인 사람이다.


매번 기분 내키는 데로 할 일을 정해, "급"이 앞에 붙은 행동들을 많이 하는데, 즐겁지만 알차다고 할 수는 없다.


토요일은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드라마를 보았다. 매주 기다리며 보는 드라마는 언제나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게 해 좋아하지 않는다.


종영된 드라마를 정주행 하는 걸 좋아하는데, 할 일이 몇 가지 있어 미루다 심심한 기분에 드라마 한 편을 시청해버렸다.


열지 말아야 할 판도라 상자를 연 것처럼 시청하지 말아야 할 드라마를 시청한 것이다. 분명 계획한 일들을 하나도 해내지 않을 것이란 걸 알지만 그래도 드라마는 재미있었다.


재미를 느끼면 중간에 멈추는 것이 잘 되지 않는 성격이다. 출근을 해야 한다거나,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일을 처리해야 한다거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말이다.


절제를 잘할 줄 모르는 것이다.


토요일 종일 드라마를 보고 출출하면 먹고, 졸리면 자고 하다 보니 일요일 오후가 되어버렸다.


드라마에도 흥미가 떨어진다. 든든히 먹어 배도 부르다. 잠이나 잘까 하다 유튜브를 켜 영상을 보다 '볼 게 없네, 할 게 없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응?


앗차 싶었다.


할 게 없다니 할 것들을 미루고 안 해도 될 것들만 했는데 머릿속이 번쩍거렸다.


해야 할 것들을 메모하고 하나씩 차근차근하고 있다.


스터디 카페에 와서 오늘 풀어야 할 양의 문제를 풀었고, 브런치에 글을 한편 올리기로 했는데 시간이 조금 남아 이렇게 쓰고 있다.


오늘 할 것들 중 남은 하나는 집에 돌아가 잘 자는 것뿐이다.


나에게 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건 있을 수 없게 만들어야겠다  내 시간은 소중하니까. 여유를 즐기는 시간을 갖는 것과 할 게 없는 건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안다.


집순이의 주말이 끝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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