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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야 Jan 16. 2021

도망의 결과

10화#

나는 겁쟁이고 겁쟁이로 살면서 기억에 남는 도망의 순간이 있다.


물론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 더 많은 도망을 있었겠지만 가장 멀리 도망쳤던 그날이 기억난다.  


시골에 살았고 부모님은 바빴으며 그들 또한 놀이공원의 즐거움을 모르고 자랐을 것이다. 그렇기에 자식들을 놀이공원에 데려간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 거라 짐작한다.


방학을 맞이해 서울에 사는 이모 놀러 갔고 시골 어린이였던 나에게 도시의 즐거움을 보여주고 싶었을 이모는 놀이공원에 날 데리고 갔다. 이것이 시골 어린이였던 나의 첫 놀이공원 방문이다.


그곳은 별천지였고 너무도 설레는 장소였. 지금그때의 레던 감정이 아득하게 남아있다.


어린이가 탈 수 있는 놀이기구 중 평생 간직할 공포심을 줄 수 있는 기구가 몇 가지나 될



 당시의 설렘과 즐거움은 내가 용기 있는 청소년으로 장하는데 약간의 도움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고등학생이 됐을 당시엔 더 이상 이모 없어도 놀이공원에 갈 수 있게 되었다. 친구들과 함께 다시 방문한 그곳은 타는 것이 즐겁기만 할 것이란 기대를 깨 주었다.


바이킹을 시작으로 용기가 줄어들고 있음을 느꼈다. 그 당시는 겁쟁이란 사실을 말하기가 싫었다.


청소년의 세계란 암묵적으로 쌘 게 좋을 거란 어린 생각이 있었고 말하지 않으면 티 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무섭지만 친구들이 타자고 하는 것에 머뭇거림 없이 이동해 대기줄에 일원이 되었다. 무서웠지만 겉으로는 용감한 청소년 흉내를 내었다.


번지드롭을 탔고 자이로스윙도 탔다.


번지드롭은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 거침없이 아래로 떨어지는 과정을 반복했다.  떨어질 때마다 장기가 붕 하고 뜨는 느낌이 들어 불쾌하고 거북했다.


무서워서 비명을 지를 여유도 없었기에 입 밖으로 나올 뻔한 비명을 우겨 목구멍으로 다시 넣었다. 내리자마자 토할 것 같았지만 괜찮냐는 친구의 물음에 애써 웃음을 지었다. 


짐작하건대 그 웃음은 썩어있었을 것이다.


어떤 놀이기구를 먼저 탔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자이로스윙을 탈 적엔 아래로 보이는 석촌호수를 보며

' 빠지면 어쩌' 두려웠다. 하늘과 조금 더 가까워졌을  '죽으면 이런 기분이 들' 당시 성당에 다녔던 나는 속으로 성가를 불렀다. 혹시나 심장마비 오지는 않을까 걱정했고 그러지 않기를 기도했다.


만약 죽는다면 천국에 가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높고 무섭다 자이로드롭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른 기구대기줄이 엄청 길었는데 자이로드롭은 생각보다 대기줄이 짧았다. 왜지 아직 용기가 나지 않는데.. 잠시라도 더 대기하고 싶은데 내 몸을 놀이기구 의자에 앉히고 싶지 않았다. 가만 보니 운행시간이 짧아서 줄이 빨리빨리 줄어드는 것 같았다.


흐를 것 같지 않았던 1분 1초가 흐르고 결국 내 몸은 자이로드롭의 의자에 앉혀졌다. 탈까 타지 말까 내적 갈등으로 괴로웠고 방송을 해주던 직원분이 마지막까지 물었다. 내릴 사람 없냐고 이렇게 말한 것 같지는 않았지만 뜻은 비슷했다. 아마 무서워서 도망친 사람이 한 둘은 아니었나 보다. 내 옆의 친구는 큰 눈을 반짝이며 신난다를 외쳤고 진심으로 신나 하는 것 같아 괜스레 짜증이 났다. 안전바를 내리려던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지면서 잠시만요 하고 소리쳤다 애원하다시피 내릴게요란 말 반복했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친구를 두고 출구 쪽으로 달렸다.


가장 기억에 남는 도망이었다. 이후로 놀이공원에 갈 때마다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다고 말했다.  자이로드롭에만 적용되는 고소공포증이었다. 그 높이는 가히 소름 끼치게 높았으니 다들 그러려니 하고 나를 제외시켜주었다.


물론 도망을 경험한 순간 패배자가 된 듯한 느낌에 한 동안 괴로웠다. 뭘 그렇게 까지 생각해라고  수 있지만 겁이나 진심으로 도망을 쳤던 순간은 참으로 절망스러웠고 도망치는 내가 한심했다. 


두려움을 극복하려면 해내야 한다는 말을 책에서 본 뒤로 한 두 번 더 도전은 했지만 그때마다 줄행랑을 쳤다.


종종 도망을 치다 보면 깨닫는 것도 있다.


한번 도망가면 다음번엔 두려움이 배가 된다는 것을 그래서 도망가고 싶은 순간이 오면 다음번에는 더 두려울 거야 더 무거야 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놀이공원 가고 싶마음이 들지 않는다.


도망에 대한 굴욕을 극복하려고 굳이 다시 도전해야 하나 이렇게 무서운데 돈까지 내면


두려움에 너무 빠지지 않으려고 한다. 두려워도 두려움을 대충 생각해본다. 어영부영 설렁설렁 대충 두려웠다 지나가 본다.


먹고살기 위해 두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도 많지 않나


가끔은 도망을 이용다.


맞서지 않다가 맞서지 못하게 된 겁쟁이지만 그래도 폭우와 폭설이 쏟아지는 날 앞이 잘 보이지도 않는 차를 운전해 출근을 했고 출도 갔다. 자연재해의 두려움도 어쩔 수 없 극복하는 나  이 정도면 잘하며 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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