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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야 Feb 02. 2021

말투와 글투의 온도차

#4

말투와 온도차의 극심한 차이를 보이는 사람이 있다.


나를 두고 하는 소리지만 이것이 참 의문스럽다.



나는 푼수의 끼를 가지고 상냥한 투로 대화를 한다. 대부분 인사를 할 땐  '안녕하세용~/ 반갑습니다 ㅎㅎ!!/ 잘 지내셨어요^^? '



자본주의 친절이 습관화됐을 거라 짐직한다.


상냥한 투 명랑한 느낌을 섞어 사용하고, 잘 웃는다. 눈웃음은 눈주름이 부각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마스크를 쓰고도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소리로 웃는다.


처음 본 사람과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굳이 쓸모는 없지만 낯선 시간을 보내기 나쁘지 않은 말들을 한다.


말을 하다가 상대방의 눈이 흐리멍덩해질 즈음 대답에 영혼이 사그라들 즈음 '제가 좀 푼수예요. TMI~ ㅎㅎㅎ' 푼수의 화룡정점을 찍는다.


낯을 가리고 건조함을 띄는 이가 CS강사로 일하며 깨달은 것은 노력하면 대부분의 일들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성향을 검사하고 직업을 정했더라면 아마 나는 강사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강사가 되고 싶어 그에 맞는 성향을 몸에 입히다 보니 이제는 어엿한 친절한 직장인으로 거듭났다.


얼마 전 업무 관계자와 했던 대화가 생각이 난다.


겹치는 일정이 많아 이 얘기 저 얘기하다 보니 내가 낯을 가리는 사람이란 것을 알게 했다.


'아마 일적으로 만난 것이 아니라면 전 말 한마디 안 하고 구석에 앉아있는 조용한 사람일 거예요'  


나의 말에 상대방이 의아해했다.


낯을 가리지 않고  밝은 성향을 가진 분들을 강사로 뽑는지 알았다고 했던 것 같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맞는 말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대의 말에 마음속에 작은 폭죽이 터진다. 리고 내성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들키지 않았다.


'프로다 난 프로가 되어가고 있다!!'


직업의 특성상 친절해야 하는 사람이 있고, 거절을 해야 하는 사람이 있고,  말 한마디로 인해 득과 실이 생겨버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직업의 특성상 친절하고 단호하고 엄격하고 신중한 사람일지도 아니면 원래 그런 사람일지도 모른다.


나는 원래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야 하는 직업을 좋아하고 선택했기에 일하는 순간만큼은 그렇게 보이기를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을 희망한다. 하지만 글을 쓸 때의 난 직장인이 아니다. 그래서 편하게 쓰고 싶은 글을 쓴다.


시니컬한 문장을 좋아하고, 건조하지만 솔직한 글을 쓰려한다.


cs강사교육을 하기 위 교안이 필요하다. 교안 개발을 하는 것도 강사의 일 중 하나인데 그 안에 들어간 글들이 너무 딱딱하다. 재미없는 것 같다고 피드백을 받았다. 직장인으로서 써야 하는 글 안에는 상냥함과 재미가 필요했다.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직장인이니까 그냥 나일 때 또 건조하면 된다.


여신강림이란 드라마를 가끔 보는데 여자 주인공의 화장 전후가 많이 다른 것에 대한 에피소드를 다룬 드라마다. 난 화장을 해도 여신이 아니고 잘하지도 못해 화장은 예의상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화장 전후의 온도차는 크지 않다. 하지만 말투와 글투의 온도차비교했을 때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을 이것과 조금은 비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말투와 글투의 온도차를 조금 줄여볼까 고민도 해보았지만 일할 때의 친절하고 상냥한 내가 좋다. 하루 중 가장 많이 웃고, 타인과 공감하는 시간이 이제는 즐겁고 소중하다. 반면 혼자가 되었을 때는 잘 웃지 않고, 즐거운 것을 찾아 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글로 채우는 건조한 시간이 행복하고 소중하다.


일적으로 만난 사람이 나의 글을 읽고 낯설어하는 것과 나를 글로만 읽다 이것저것 조잘거리는 실제의 모습을 낯설어하는 것에 미안한 감정이 생긴다.


하지만 이것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소심하고 세심하고 남을 신경 많이 쓰는 사람이라 쉽지는 않지만 나를 위해 대충 신경 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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