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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야 Jun 30. 2021

오고 가는

#9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고 가는 감정이 고아야 오는 감정도 곱다.


엿을 날리면 빅엿으로 받아치는 일에 사이다란 표현을 사용하고 그것을 지지하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하는 것 같다.


  

곱지 않은 말과 행동에 참는 일도 많았지만 그 안에서 알아낸 것은 참는 행위로 인해 내 마음은 병들고 피폐해졌다는 것이다.


내가 착하고 현명했더라면 마음이 넓은 사람이었더라면 그들을 용서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 날 상처 준 사람이 밉고 괘씸해 미칠 것 같았다.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 받은 만큼은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향한 날 선 말과 감정은 언젠가 부메랑처럼 돌아오기 마련이다.


과보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이 단어가 참 멋지다.


글로 쓰기 위해 내가 알고 있는 두리뭉실한 뜻이 아니라 네이버에 검색을 해보았다.


과보 :과거의 업인(業因)에 따른 결과


업인 :업의 원인이라는 뜻. 선악의 과보를 가져오는 원인


당장 아니라도 참은 마음들이 돌고 돌아 언젠 돌아온다는 뜻에 괜히 숙연해진다.


선행을 베푸는 사람에게는 언젠가 선행이 되돌아올 것이다. 좋은 일 많이 해서 천국에 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내가 날린 엿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빅엿으로 돌아올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당장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 어떤 사람이 잘 알지도 못하던 어떤 사람이 날 곱지 않은 시선으로 훑어보았던 때가 생각난다. 그리고는 뭐 저런 애랑 사귀냐며 자신의 친구에게 날 안 좋게 말했다. 그 친구는 왜 그러냐며 당황한 눈빛을 한 것도 기억한다.  날 저런 애라고 칭하는 표현에 기분이 나빴지만 어떤 사람이 그 당시엔 무섭게 느껴져 아무 말도 못 하고 참았다.


한동안 난 저런 애였고 이유 없는 비난에 따지지도 못한 찌찔이었다.


어린 마음이 많이 상했다.


십여 년이 지났지만 난 어떤 사람의 이름 기억하고 있었고 그날의 치욕 또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어떤 사람의 근황을 알게 되었다. 결혼을 했고 얼마 안 돼서 이혼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나 콧대 높게 굴더니 잘됐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 여전히 찌질하고 못나게 느껴졌지만 과거의 치욕이 조금은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


상대방은 이 일을 기억하지 못할 것 같다. 대게 상처 받은 사람이 기억하고 상처 준 사람은 쉽게 잊는 게 국룰이지 않은가


과거나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곤란한 현재가 생길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과거의 잘못이 화가 되어 다시 돌아왔구나 과보구나 생각한다.


나의 불행을 통쾌해할 누군가가 있음을 짐작한다.  마음이 쓰인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백번이라도 돌아가 그런 언행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지난 시간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이 순간부터라도 경솔한 행동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지금의 난 이유 없는 비난을 참을 생각이 없다. 그렇지만 매 순간 선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말하고 행동한다.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순간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선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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