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휴야 Jul 06. 2021

어리석음에도 불구하고

#8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어린 남자아이들 여러 명이 자전거 위에 올라타 있었다.  나이를 짐작해보자면 아무리 많이 쳐주어도 초등학생 고학년 정도일 것 같다.


놀이터에는 계단서너 개 존재했고 놀이터에 들어가거나 나오려면 꼭 그 계단을 지나야 했다. 내려오면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길이었기에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한 남자아이가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은 채로 계단을 내려왔다. 아이가 넘어질까 지켜보는 내가 마음이 다 조마조마했다. 브레이크를 잡는 소리가 몇 번 들렸다.


'끼익'


아이는 자전거에서 내려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오는 방법이 아닌 탄 채로 쿵 쿵 거리며 계단을 내려왔고 자전거를 탈 수는 있지만 계단 위를 굳이 자전거를 타고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을 나에게는 위험해 보이기만 한 행동이었다. '자전거 잘 타는데' 별 탈 없이 내려온 아이를 보니 다행이었고 자전거를 잘 탄다고 생각했다. 뒤를 따르던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브레이크 잡고 내려오네?'


순간 기세 등등 한한 표정을 짓던 첫 번째 아이의 표정이 바뀌었다.


'앞에 차 다니잖아 위험하니까 잡은 거야'


아이의 말이 왠지 변명처럼 들렸고 억울한 감정도 묻어나는듯했다.


첫 번째 아이는 자전거를  거침없이 타는 용기 있는 모습을 친구들에게 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어린 마음에 인정받고 싶었던 것일 텐데 생각처럼 따라주지 않는 친구의 말에 실망한 것이다. 다음에 저 아이는 브레이크를 잡지 않고 계단을 내려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위험하고 유치한 이 상황을 보고 생각이 많아졌다. 난 아이의 자전거 운전실력을 인정했고, 동시에 인정받고 싶은 욕구로 인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정의했다. 생리적 욕구-안전욕구-소속과 애정의 욕구-자기 존중의 욕구-자아실현의 욕구다.


아이는 자전거를 통해 자기 존중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었 것 같다.


사람은 각자 처한 환경과 상황에 따라 욕구를 정하고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음식을 살 수 있는 돈이 있고 편히 잘 수 있는 곳이 있으며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 풍족하게 살아가는 중일 것이다. 많이 먹어 찐 살을 빼기 위해 돈과 시간을 들이는 것만 봐도 그렇고 적어도 굶어 죽거나 오늘 내 한 몸 뉘일 곳을 찾아 길거리를 전전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풍요 속의 빈곤이란 말도 있지만 이것은 다 먹고살만하니 나오는 말이 아닌가 싶다.


내 기준에서의 나는 먹고살만한 사람이다. 먹고살만해서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어 하는 중이다.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나의 자아를 실현시키고 싶어서 하는 행위 중 하나이다.


방에 걸어둔 옷이 가득임에도 입을 옷이 없다고 불평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은 욕심일 것이다. 이러한 욕구를 넘은 욕심이 자전거를 탄 아이와 비슷 한 것 같다.


어리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인정받고 싶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그리고 누군지도 모를 누군가에게


내가 어리석다는 것을 잊지 않는 사람이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오고 가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