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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야 Jul 15. 2021

무심한척

#7


7살의 나이차가 있는 막내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술을 많이 마셨다고 한다. 자신을 데리러 오라는 말과 함께 하지만 나는 카페에 나와있었고 차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말하니 동생의 친구가 집까지 데려다준다고 하였다. 급하게 짐을 챙겨 으로 향했다.


아파트 입구에 세명의 남자가 보다. 두 명은 동생의 친구일 테고 앉아있는 제정신이 아닌 남자는 내 동생이다. 동생을 집까지 바래다준 친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서둘러 보냈다.


술에 취한 사람은 감당이 안된다.


그들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집에 가자고 하는 나의 말에 동생은 일어나지 못했다. 나보다 나이만 어렸지 덩치도 한참이나 큰 성인 남성을 둘러업고 집에 들어가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신입 직장인이 된 동생 많이 힘들다고 했었다. 술에 취서도 미안하다는 말만 해대는 걸 보니 아마 요즘 가장 많이 하는 말일 것이다.


나도 신입 땐 죄송할 일이 참 많았던 거 같다. 그냥 존재가 죄송했던 날들 과거 신입이었던 내가 생각나 동생이 안쓰러웠다.


생의 정신이 잠깐이라도 멀쩡해지길 기다렸고 동생은 여전히 멀쩡해지지 않았다.


아파트에서 나오던 한 여성이 우릴 보고 말을 걸었다.


"여기 살아요? "


"네"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은데 몇 층 살아요?"


"0층이요"


"같이 데리고 올라가요. 도와줄게요."


"괜찮아요 엄마나 아빠 불러서 데리고 가면 돼요"


"여기 말 많은 곳인 거 알잖아요 이렇게 있으면 엄청 수군거릴 거예요"


멋쩍게 웃으며 손사래 쳤지만 그분은 몇 번이고 되물었고 나는 몇 번이고 거절했다.


내 동생을 보는 눈한심함이 서려있다는 것 정도 눈치챌 만큼의 눈치가 나에게는 있었다.


뜻한 언어와 그렇지 못한 비언어적인 모습이었다.


술에 취해 널브러져 있던 동생을 보며 나 역시 한심하다고 생각했지만 가족이란 게 원래 그렇지 않은가 나는 욕해 남이 욕하면 싫은 거



한 사람이 더 다가왔다.


"아는 사람이야? 동생??"


"아니 내 동생이면 가만히 뒀겠냐"


다 들리도록 대화를 나누며 그들은 사라졌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몇 층 사는지 말해주지 말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말 많은 동내의 첫 말이 그녀에게서 나올지도 모 일이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10년을 넘게 살았다. 그런데 친한 이웃주민은 없다. 앞집 할머니와 마주치면 인사를 하는 정도이니 참 정 없이 살았고, 그들의 가정사와 이슈들을 떠들어댈 생각도 없다.



나는 이상했다. 그냥 다 이상했다.


선의를 가지고 도움을 준다는 것이었을지도  그 마음을 받아들이기 싫은 내가 이상했고 모르는 사람에게 소문이 많은 곳이란 걸 알게 한 상대방의 오지랖이 이상했다.


상대의 말을 듣기 전까진 이곳이 말이 많은 동네인지 알려하지 않았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괜히 알고 나니 찝찝하고 신경이 쓰인다.


 다들 무심하게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그렇게 수군거렸구나 아파트 단지에서 싸움이 나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심했고 그 무심함 속에 내가 있었다. 고성방가에  집집 꺼져있던 불이 켜져도 누구 하나 나와서 도움을 주는 사람이 없기에 다들 무심하게 살아가는구나 생각했다. 나 역시도 피해가 오거나 귀찮은 일이 생길지 몰라 신경이 쓰여도 모른척했다.



말 많은 곳이 참 많다.


애매하게 무심할 거라면 차라리 완벽한 무심함이 낫겠다. 무심한척하는 것보다 그게 더 낫겠다. 도움 줄 것이 아니라면 뒷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도움을 주려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좋겠다.


감정은 상대에게 옮는다. 따듯한 감정은 상대를 따뜻하게 만들고 부정적인 감정은 상대 또한 부정적이게 만든다.


그것을 알 수 있을 만큼의 눈치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지고 있다.



 우리 남매는 집에 들어왔고, 곯아떨어진 동생과 달리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동생에게 무심할 수 없는 작은누나는 아침이 되면 잔소리를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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