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휴야 Sep 25. 2021

엄마의 손을 잡고 걸었다

멈춘다고 죽지는 않던데


나는 손을 잡는 것을 좋아한다.


서로의 온기가 전해지고, 마음이 전해져 따뜻해지는 기분을 참 좋아한다.


나는 누구와 손을 잡고, 함께 걷고, 마음을 나누었을까?


주로 이성과 손을 잡았을 것이고, 그 이성은 애인이었을 것이다.


연애를 쉬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스킨십과도 멀어지게 되었지만 큰 아쉬움은 없다. 하지만 문득 손을 통해 전해지는 마음이 그리워지는 순간들이 있다. 그 감정은 그리움이었을까? 미련이었을까? 글쎄. 하지만 그런 결을 가진 감정이었을 것이다.


주말을 맞아 엄마와 점심을 함께 하기로 했다. 다음 주에 예약해둔 백신 접종을 앞두고  든든하게 고기를 먹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엄마와 내가 함께 좋아하는 샤브샤브 가게로 향했다.


나보다 걸음이 느린 엄마는 내 뒤를 걸었고, 나는 엄마의 앞에서 걸었다.


"엄마 우리 손잡을까?"


엄마는 별 말이 없었고, 나는 엄마의 손을 잡았다. 더 이상 걸음의 속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리는 같은 속도로 발을 맞춰 걸었다.


엄마의 손은 따뜻했고, 작았다. 이 따뜻함이 낯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오랜만이었다.


"나 어렸을 때는 엄마손 잡고 다녔었는데"


이 말에는 많은 감정이 포함되었다.


엄마는 말했다.


"예전에는 엄마가 엄청 컸는데.."


"응 지금은 내가 엄마보다 크네"


더 이상 나보다 큰 엄마는 없었다. 엄마는 내 체구보다 왜소해졌고, 키도 작았고, 손도 작았다. 그럼에도 따뜻한 촉감과 따뜻한 감정은 여전하다.


내가 크는 동안 엄마는 늙어갔고, 내가 늙어가는 동안 엄마는 더 늙어가겠지. 어느 순간 늙은 내 옆에는 따뜻한 손을 가진 엄마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소소하고 따뜻하고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며 걸어가는 동안에도  손을 놓지 않았다.


도착지에 다다라서 손을 놓았지만 나는 그 감정과 따뜻함을 잊지는 않을 것이다. 엄마의 손을 잡지 않아도 나는 엄마의 손의 촉감을 기억하고, 따뜻함을 기억하고, 사랑을 기억할 것이다.


지금부터 내가 기억하는 최고로 손은 엄마의 손이다. 엄마의 손을 잡고 걷는 소중한 시간들은 마음이서늘해지는 순간 나를 따뜻하게 데워줄 것이란 걸 나는 알았다.

작가의 이전글 누구의 잘못이 더 컸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