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삼십 대가 되고 나서야 노화만큼 안타까워진 것이 하나 더 늘었다. 사랑이었다.
어릴 적에 난 연애와 사랑을 하나라고 여겼다.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된 연애는 마음을 깊고 단단하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나는 사랑을 했고, 사랑이 변했고, 사랑이 떠나가는 과정을 여러 번 거쳐가며 이제야 연애라는 단어와 사랑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알게 되었다.
그 둘은 결이 같다고 한들 다른 감정을 가진다. 연애는 성적인 매력에 이끌려 서로 좋아하여 사귀는 것이고 사랑은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연애가 즐겁고 행복했던 열정의 순간이 있었다. 그것은 시간의 지남에 따라 익숙해졌고, 무뎌졌고, 사라졌다.
며칠 전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던 중 외롭다는 감정이 느껴졌고, 연애를 해볼까 했지만 결론은 당장은 아니란 것이었다.
내 시간을 소요하고 싶은 누군가가 당장 주변에 있지 않았고, 소개팅을 해야 하나 싶었지만 상대방을 나에게 맞춰 재단하고 따져대는 행동이 불순하고 귀찮아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연애가 하고 싶은 건 아닌 것 같다. 연애보다 사랑이 하고 싶다. 누군가를 몹시 귀하고 아꼈던 지난날의 내가 그리웠다보다. 서로 다른 둘이 만나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서로를 아끼고 귀하게 여겼던 날들을 추억한다. 더 이상 누군가를 그렇게 온전하게 사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 사랑에 대한 마음이 더 애달파졌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니 잘 맞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맞는 사람이 어디 쉽게 있을까. 맞지 않은 사람을 사랑해 노력했던 시간도 나에게는 사랑이었다.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이유를 붙이고 어차피 헤어지게 될 거란 살을 붙여 사랑에 소극적인 사람이 되었다.
용기 없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용기 없는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를 잃는 슬픔에 태연하지 못한 어른은 연애보다 사랑을 하기를 실행하지 않고 단지 소망했다.
나는 연애보다 사랑이 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