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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야 Nov 23. 2021

감정의 다양함

멈춘다고 죽지는 않던데

며칠 전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위드 코로나를 맞아, 여전히 위험을 느끼지만 1년 만에 가족과 함께 펜션을 예약해 여행을 준비했다.



어린아이가 둘이나 있어 만남을 조심히 해왔던 언니 가족들도 함께했다. 워낙 고향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터를 잡은 언니, 만나는 것은 1년 중 손에 꼽히지만 혹시나 아이들이 아플까 염려되어 명절에도 친정 방문을 자제했다. 하지만 늙어가는 부모님과 꾸준히 성장해가는 참새 같은 외손주들의 만남을 미루는 것을 멈췄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 서로의 얼굴만 봐도 즐겁고 행복하다. 사실상 서로의 얼굴을 보고 음식을 해 먹는 것이 다였지만 1박 2일의 시간은  충분히 값지고 소중다.


서로의 집으로 헤어진 뒤 잘 도착했냐는 언니의 전화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음에 또 보자는 말로 통화를 마무리하려 했다. 그때 여섯 살의 첫째 조카는 나의 언니이자 자신의 엄마에게  외갓집에 가고 싶냐고 물었다. 아마 언니는 친정식구들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져 서운함이 아이가 느낄 정도로 강했나 보다.


 아이는 엄마가 자신의 집보다 외갓집이 더 좋은가보다 짐직했고, 서운함이 들어 삐진 것 같았다.


툴툴되는 말투, 말도 잘 못하고 기어 다니며 첫걸음으로 모두를 기쁘게 했던 아이가 느끼는 감정이 조금 더 다양해진 것을 알아다.


여섯 살에도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구나 싶어 신기했다. 


나의 첫 조카는 앞으로 커가며 얼마나 많은 종류의 감정을 알아가고 경험하게 될까. 어른인 나는, 나보다 더 어른인 부모님은 얼마나 많은 감정을 경험했고, 알아가야 할까.


 기대감보다 얼마나 더 피곤해질지가 염려되는 나도 이제는 꽤나 어른이 된 것 같다.


모든 것이 서툴고, 설레었던 순간이 지금보다는 더 많았을 때가 있었겠지 짐작한다.


감정의 다양함 앞에 긴 시간이 느껴진다. 앞으로 어떤 감정에 무뎌지고, 설렐까 궁금하면서도 걱정이 앞서는 더 어른이 되어버린다.


나의 조카가 좋은 감정을 알아갔으면 하는 바람과 힘든 감정을 알아갈 때 그것에서 깨달음을 얻는 단단한 아이가 되길 소망했다. 그리고 나도 더욱 단단한 마음을 가진 어른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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