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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우 Nov 28. 2021

어쩔 도리가 없다

멈춘다고 죽지는 않던데

나는 유독 포기를 잘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들이 있지만 그것에 미련을 거두는 것이 매번 디다. 그 과정에서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일이 많은데 요즘이 그렇다.


포기를 잘하지 못하는 성격 덕에 얻은 것도 물론 있다.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하고 싶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다행히 욕심을 크게 부리지 않는 성격으로 아직까진 꿈에서나 이룰법한 일들을 원하지는 않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가능해질 것이란 생각으로 이십 대를 지내왔건만 삼십 대의 나는 포기를 잘해야지 인생이 더 평온해질 거란 것을 알아버렸다.


포기를 습관적으로 하는 사람은 포기하지 않는 법을 익혀야겠지만 포기를 잘하지 못하는 나는 포기하는 법도 익혀야겠다고 생각다.


나이가 듦에 있어 지혜를 얻고, 현명해진다는 것은 포기할 순간을 알고, 깨끗이 포기할 줄 아는 게 아닐까.


주변 어르신들을 보면서 별 것 아닌 것에 현명함을 느끼곤 한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크게 당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황스럽고, 슬프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감정에 길게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감정적으로 저항하는 일이 나보다는 무척 짧다.


나의 감정에 그들은 말했다. 다 지나간다고, 시간은 약이고 돌이켜보면 담담하게 이야기할 날 있을 거라고.



유튜브에서 좋아하는 유튜버의 영상에서 어쩔 도리가 없다 말을 들었다.


"어쩔 도리가 없다"


드라마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는 주인공에 의사가 했던 말로 알고 있던 어쩔 도리가 없다는 말이 나의 포기에 도움이 될 것 직감했다.


국어사전에서 도리는 사람이 어떤 입장에서 마땅히 행하여야 할 바른길이라고 설명된다.


나는 '어쩔 도리가 없다'라는 말을 정말 어쩔 도리가 없을 때 사용하기로 했다.


포기가 안되면 노력도 해보고 애도 써보고, 바른 길 안에서 모든 것을 해보고, 더 이상 안되면 포기하기로 했다. 웬만하면 미련도 최소한으로 해보기로 한다.


나는 어쩔 도리가 없어 포기다. 나의 감정이 누군가의 불편함이 될 것을 알기에, 이 감정을 훗날 추억으로 남기기로 결정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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