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남편에게 행복이 무엇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이상한 질문에 무언가 웃긴 대답을 기대했던 나의 예상과 다르게 남편은 꽤나 진지하게 지붕 있는 집에서 살면 그것이 행복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이유도 없이 펑펑 울고 말았는데 아마도 갖고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허황된 것을 찾아 헤매다 가시덤불 속에 발이 걸린 나에게 필요한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꽤 잘 사는 집에서 태어났다. 좋은 부모를 만나 부족한 것 없이 자랐다. 하지만 나의 남편은 멕시코의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정말 가난하게 살았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삼촌이 키우는 소의 젖을 짜서 동네 사람들에게 배달을 했고 고등학교 때는 공사장에서 일을 하며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나는 남편이 과거를 이야기할 때면 가끔 깜짝 놀라곤 하는데 그의 어린 시절이 놀라울 정도로 가난해서가 아니라 그때를 이야기하는 남편이 언제나 웃으면서 정말 좋은 추억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나는 과거를 생각하면 언제나 슬프고 우울한 기억들만 떠오른다. 사업하느라 매일 밤 술에 취해 집에 돌아오던 아빠, 언제나 화가 나있는 엄마, 감옥 같았던 학교 생활, 별로 친하지도 않은 친구들 사이에 어떻게든 발 디디고 있느라 한없이 나약하게 느껴졌던 학창 시절. 나는 언제나 행복이 간절하게 필요했다. 사방이 가시덤불 같은 현실이라는 지옥 속에서 빠져나오고 싶었다. 그래서 항상 행복해지기 위해 애썼다. 예뻐지기 위해 노력했고 더 많은 것을 갖고자 온 힘을 다했다. 하지만 정작 그렇게 행복을 추구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이제 행복에 대한 남편의 대답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을 깨달았다.
확실한 행복은 내가 확실하게 갖고 있는 것들 속에서 찾으면 된다.
큰 집도 아니고 화려한 집도 아닌, 지붕이 있는 집. 집에 지붕만 있으면 행복한 사람에게 삶이란 얼마나 감사하고 축복받은 것일까? 지붕만 있으면 되는데 직장도 있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고 숨도 쉴 수 있는 사람에게 현실은 그저 행복 그 자체 일 것이다.
꿈도 이루어야 하고 직장도 가져야 하고 좋은 친구도 필요하고 애인도 있어야 하고 어느 정도의 돈도 벌어야 하고 사람들에게 인정과 사랑도 받고 싶다면 그렇게 높은 기준들을 세워두고 언제 행복할 수 있을까? 그냥 지금 이 순간 내려앉을 것 같지 않은 단단한 지붕을 보며 '아,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할 수는 없을까?
어쩌면 우리는 그냥 지붕이 있는 집에 살기 위해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당신의 지붕이 지금 멀쩡하다면 당신은 해야 하는 모든 것을 이미 이루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편안해도 괜찮다.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당신이 애쓰기를 멈출 때, 지금 이 순간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을 멈출 때 삶은 언제나 기쁨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실 속에는 사실 행복도 불행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나의 머릿속의 이야기 일 뿐이다.
누군가에게 불행일 수 있는 가난이 누군가에게는 행복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행복의 상징인 풍요가 누군가에게는 불행 일 수도 있다.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남편을 만나고 나니 정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