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넘어가면서 늘어 간 건 눈물이었다. 행복보다는 좌절을 더 많이 경험했다. 탓할 사람이 딱히 없기도 했고 나 자신을 미워하는 것에도 지쳐 허공을 향해 욕을 하기도 했다. 왜 다 뺏어가냐고, 왜 무엇 하나 가질 수가 없냐고, 왜 노력해도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냐고.
그렇게 원망하는 마음을 지니고 살다가 조금 괜찮아지면 잠깐 내려놓고 또 힘들어지면 언제나 그 마음을 다시 끌어안았다. 그러면 조금 마음이 편해진 것 같았다.
부정적인 감정은 때로 아주 잠시 마음을 후련하게 한다. 누군가에게 화를 내거나 욕을 하는 것은 내가 그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내가 감정을 어떻게 풀어 주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참아 두었다가 조금씩 분출하는 방식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우울이나 슬픔이란 감정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그 감정을 쥐고 있어야만 마음이 편하고 살아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놓아주지 못한다.
그래서 인생에서 같은 감정이 반복된다는 것은 내가 그것을 잡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같은 감정이 반복되면 같은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삶이 나를 향해 좌절을 안겨주고 다 빼앗아 가는 것 같이 느껴지지만 모든 것은 우리가 같은 감정을 끌어안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감정으로 인해 지치고 나 자신을 다루는 것이 어렵다면 우리는 언제나 고요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고요 속에서 조용히 자신의 감정과 마주해야 한다. 그리고 온전히 감정을 느껴준다면 감정은 빠져나가기 위해 더 이상 몸부림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조용히 나의 몸을 통과해 지나갈 수 있다.
내가 서른 넘어 좌절을 경험하고 인생의 내리막길의 문이 열렸다고 생각했을 때도 나를 일으켜 세워준 건 고요함이었다. 조용한 시간 속에서 나 자신과 마주했고 나를 용서했고 깊숙한 마음 한 구석에 숨어있던 용기를 찾아냈다. 그리고 고요 속으로 들어갈수록 새로운 문이 열렸다. 그 문은 책 속에서도 열렸고 길을 걷는 나의 발끝에서도 열렸다.
나의 가족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저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방에 처박혀서 뭐가 되려고 저러나. 하지만 나는 중요한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내 안에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울 힘이 생겨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더 이상 외부적인 환경을 바꾸려 애쓰지 않고 나의 감정을 마주 보기 시작했을 때 그 힘은 생겨났고 나를 가야 할 길로 데려다주었다.
때로 다시 감정에 휩쓸리기도 하고 공든 탑이 무너지듯 노력했던 것들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 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기억해야 할 것은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연이, 나무가, 구름이, 바람이 당신과 함께 있다. 정말 지독히 외로울 때면 자연을 붙들고 가면 된다. 하지만 자연과 구름만이 당신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하고자 하는 의도를 낼 때 온 우주가 당신과 함께 한다.
허황된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나는 이 우주 안에 있다. 뱃속에 있는 아이를 가장 사랑하는 것은 언제나 그 아이를 품고 있는 엄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