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간은 흐르고 이 마음도 흘러가겠지

002

by 채도해

후회가 인생의 속성인 나에겐 무수히 많은 후회들이 있었지만 후회의 순간은 매 순간 새롭다. 그래서 매번 곤란하고 어렵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해소된다는 것쯤은 안다. (정말로 알고만 있다.) 이쯤 되면 그러려니 해도 되지 않나? 싶지만 이성과 마음은 서로 다른 생각인 듯하다.


평소 내내 무던하던 사람이 평소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이며 새로운 사람과 공통점에 나누는 대화에서 나 또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어 “저도 그 동네 알아요(…)” 하며 굳이 들춰내지 않아도 될, 정확히 말하면 들추고 싶지 않은 사실까지 다급히 들춰냈다. 그리고 지금 후회하고 있다. 어떤 마음이 건드려져 다급해졌나 자문한다.


아마 그 무던하던 사람이 내내 가시였는지도 모른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내가 뭘 했길래 대답도 반응도 잘하지 않는 걸까?‘ 하는 것을 내내 담아두고 있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과 편한 사이 일 수는 없는 것인데 욕심이 났었다. 이 공간에서 모든 사람과 그런 사이로 존재하기 바랐던 오만한 마음이었던 것이다. 바닥에서 끄집어 올린 이 마음이 비루하다. 그러니 그 마음을 가리려다 다급히 가진 것을 들추고야 만 것이다. 시간은 흐르고 이 마음도 흘러가겠지만 지금이 너절한 기분 또한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