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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사이트에 들어가 ‘다정’을 검색하면 13,419의 결과가 나온다. 어마어마한 숫자가 보여주듯 세상은 다정을 원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나 또한 다정이라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여긴다. 사실은 그러지 못했던 사람이었기에 더욱 중요한 일이 되어버린 쪽에 가깝다. 예전엔 가까운 사람에겐 솔직한 것을 무기 삼아 사용했고 나 또한 매 순간 행동하지 못할 것들을 잣대 삼아 살았었다. 가까울수록 더욱더 그랬다. 그 일들이 얼마나 무자비한 일이었는지 그땐 몰랐다.
그런 일들이 극에 달했었던 때, 무엇이 문제 인지도 몰랐던 때 가까웠던 사람과의 관계의 끊어짐으로 시간은 많아지고 생각도 많아지고 복기되는 시간 속에서 이런 생각들을 나열하고 행하게 된 듯하다. 다정하지 못했기에 누군가를 잃었고 다정하지 못 한 와중에 나 자신도 잃었다. 그리하여 다정하기로 아니 다정해야만 한다고 다짐한 것이다. 이 다짐의 일부는 나 또한 누군가에게 다정을 전해 받고 싶는 바람이 있다. 더 정확히는 그래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바라기 때문에 다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부터 내가 받고 싶은 다정을, 내가 속한 세계 속 사람들에게 전하려 최선을 다한다.
내 세계부터 다정은 시작되어야 한다. 그렇게 전하는 다정은 결국 나에게로 흘러들어오게 되고 그렇게 스스로에게도 다정하게 된다. 이젠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잘하고 가까운 이들에게 가깝다는 이유로 잘 못하게 되는 간극을 견딜 수 없는 사람이 됐고 더욱 다정해지고 싶다. (물론 그러지 못할 때도 있고 어디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하고 고민한다) 이런 일들이, 이런 사람이 된 것이, 그리고 다정으로부터 얻은 것들은 달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