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총량의 법칙
인생의 전체를 볼 수 있다면 행과 불행의 양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늘 좋다가도 좋지 않았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늘 나쁘지만은 않다라고 여길 수도 있다. 이처럼 생각과 태도는 한 끗 차이였다. 사실 행과 불행은 내 맘처럼 또는 계획처럼 흐르지 않는다. 이 사실이 대체로 고되다. 어릴 땐 불행에 이르게 된 상황이 오면 극복해야 한다는 간절함이 더 컸기에 불행에 머물 시간이 없었다. 나에겐 내일이라는 일상이 있고 또 살아가야 하니까. 대체로 금방 회복하는 사람이라 여겼다. 하지만 난 금방 회복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저 견뎌온 시간 이었을 뿐. 누적된 불안정은 비관에 이르렀고 깊은 비관으로 향해갔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시간이 약이다. 나 또한 그랬고 시간은 흐르고 여러 영향을 받으며 대체로 괜찮은 날들의 빈도가 높아지고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렇게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여겼지만, 나의 괜찮아짐과 상관없이 일들은 벌어지고 그 일들을 대체로 어쩌지 못하는 것이다. 불행이라 여길 수 있는 상황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는 건 나의 태도가 변화했다는 것이다. 이전과는 덜한 비관과 자조. 이전엔 그런 일들이 생기면 "그럼 그렇지, 요새 좋았다 했다" 같은 생각을 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지나갈 일이라 여긴다. 하나 마음이 좋지 않은 건 까진 어쩌지 못한다. 그렇게 시간들을 관망한다. 시간은 모두에게 정직하게 흐르고 또 좋아졌다 좋지 않았다 하는 것이니까. 물론 상황들이 닥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하고 행하려 한다.
이처럼 행과 불행의 격차는 삶의 진리적인 말들을 체감하게 한다. 이 체감은 살아감 그 자체 보다 '삶'이라는 곳에 안착하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이 기분이 썩 맘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