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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베프 그녀와 그

by 채도해

친구를 검색하면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은 비단 같은 나이만이 친구가 아님을 말한다. 서른 살이 된 지금 아주 가깝지만 각자로 존재하는 친구 둘이 있다. 그와 그녀. 우리는 서로의 삶에 여러 가지 자국을 남겼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런 존재가 내 인생에 존재함에 아주 이롭고 자주 마음이 풍성해진다. 그래서 어디에서라도 한 번은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는 고독을 자처한다. 하지만 마음속엔 사랑을 가지고 있다. 하나 표현이 서툴다. 주어진 환경과 살아온 걸음이 평탄하지 못했었고 울퉁불퉁한 길들을 걸어오면서 어떤 생각과 감정들을 알 길이 없다. 아마 끝끝내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짐작에 그치게 될 것이다. 그 시간들 속에서 자주 상처받았을 것이고 털고 일어나길 반복하며 지금까지 걸어왔을 것이다. 이걸 알기까지 30년이 걸렸다.


어쩌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 공존해 살아가는 법과 애정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이다. 우리는 어느 누구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오히려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할수록 상황은 어려워진다. 각자 자라온 환경도 주어진 상황의 대응도 생각도 다 다르기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 당연한 사실을 가까운 이와의 사이에선 종종 망각하곤 한다. 그렇게 쌓아온 시간은 내게 그럼에도 를 체감하게 했다. 그리고 그의 최선의 마음을 존중한다. 그의 최선이 나의 최선은 아닐 수도 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당신의 최선을 존중하고 응원하고 싶은 것이다.


그녀와는 직장을 제외하고 내 생에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녀와 하루치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떠들 때 즐겁다.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방법을 아는 그녀는 인생에 많은 날들을 누군가를 위해 살았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최선의 방향이 자신으로 향해있다. 그 방향성을 늘 응원한다. 그런 그녀가 대견하고 귀엽다. 귀여운 것을 사랑하고야 마는 나로선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건 불가항력이다.


그녀와의 즐거운 순간 중 하나는 내 나이의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매년 나이가 듦으로써 느끼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지금의 내 나이에 그녀는 어떤 상황이었고 그 안에서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포기하고, 이루어 낸 것이 무엇인지. 그때의 꿈은 무엇이었는지 같은 것들을 듣는 것은 내 세계를 확장하는 일이 된다. 그녀의 지나온 시간들이 나에겐 현재이기 때문이다.


이로운 사이는 서로 좋기만 한 사이는 아니라 여긴다. 서로에게 성장의 발판이 되어주기도 진리적인 말들을 체감하기도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삶에 대한 고심은 늘 하고 자주 좌절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인생에 두려울 게 없는 이유는 이들 때문이다. 존재 만으로 마음의 가난이 들 시간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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